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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남들보다 발은 작지만 존재감은 가장 크다. 손흥민(26·토트넘)의 발은 특별하다.
손흥민의 발 사이즈는 255㎜에서 260㎜다. 축구화 모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두 규격을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260㎜의 아디다스 X18+ 모델을 착용하고 있다. 손흥민의 키는 183cm다. 한국 20대 남성 평균 173cm를 훨씬 웃돈다. 그러나 키에 비해 발은 아주 작은 편이다. 손흥민과 키가 비슷한 구자철의 발 사이즈가 280~285㎜ 정도인 것을 보면 확실하게 비교된다. 손흥민보다 키가 작은 이근호는 발 사이즈가 280㎜를 넘는 왕발로 유명하다. 손흥민은 발 자체가 작은 편인데도 신발을 딱 맞게 신는 것을 선호한다. 손흥민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축구화뿐 아니라 러닝화도 타이트하게 신는 편이다. 키를 생각하면 확실히 발이 작다고 볼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손흥민의 작은 발은 아디다스 코리아가 아닌 글로벌의 관리를 받고 있다. 최근 5년 재계약에 합의했다. 아디다스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손흥민의 발을 스캐닝해 최적의 축구화를 특별 제작한다. 축구선수는 발이 예민하기 때문에 선수가 요구하는 부분을 대부분 수용한다. 손흥민이 현재 착용하는 축구화 발목 부분에는 작은 태극기가 붙어 있다. 태극마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손흥민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손흥민의 존재감은 4년 전보다 커졌다. 당시 레버쿠젠 소속이었던 손흥민은 독일에서 주목 받는 여러 선수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지금의 위상은 다르다. 2016~2017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의 이달의 선수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최근에는 손흥민의 몸값이 1000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당연히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태극전사들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만큼 강한 견제를 받을 게 분명하다. 상대 입장에선 한국의 에이스인 손흥민을 막는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손흥민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수도 있다. 손흥민 외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공격수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다. 손흥민은 상대의 밀착 마크를 벗어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은 손흥민에게는 분기점이 될 만한 무대다. 손흥민이 차기 주장 0순위 후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캡틴인 기성용은 30대 초반을 지나고 있다. 대표팀 은퇴도 일찌감치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이 물러나면 팀을 이끌 차세대 리더 자리는 손흥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월드컵 2회 출전 경험과 유럽에서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주장으로 손색이 없다. 손흥민은 지난 온두라스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뛴 후 “어느 때보다 큰 책임감을 느꼈다. 대표팀 주장은 내 꿈이었다”고 말했다. 기성용 역시 “다음 주장은 손흥민이 맡아야 한다”며 믿을 만한 후배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러시아는 손흥민의 존재감이 더 커지는 땅이 될 전망이다.
4년 전 손흥민은 브라질에서 아픔을 경험했다. 당시 손흥민은 벨기에전 패배 후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2회 연속 실패하는 대회가 되지 않으려면 손흥민의 발이 뜨거워져야 한다. 손흥민의 작은 발에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려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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