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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얼마 전 A라이선스 교육을 다녀왔다. 2002 월드컵 멤버 중엔 현영민 형하고 둘이었는데 같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당시 얘기도 나누게 됐다. 어느 덧 16년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월드컵 분위기가 나지 않아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지금은 축구가 아니어도 이슈가 많다. 재미있는 콘텐츠도 많은 것 같다. 개인 방송도 재미있고, 그러다보니 월드컵 같은 하나의 이벤트에 사람들이 응집되는 느낌이 적다. 선배로서 아쉽다. 밖에서 냉정하게 보는 입장을 말하면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보다는 얼마 전 월드컵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론 2006 독일 월드컵 직전 분위기가 생각난다. 2002년은 한국에서 했으니까 기대가 큰 것은 당연했고 2006년까지도 그 분위기가 이어졌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아래서 마지막 평가전을 서울에서 치렀을 때 열기는 2002년 못지 않았다. 국민들의 그런 눈빛을 보면서 ‘16강에 꼭 가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0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해설했다. 당연히 아쉬웠다. 최종예선 정도면 절반인 5경기 정도는 힘들 수 있지만 5경기 가량은 무난하게 이겨야 했다. 내가 뛸 땐 그랬다. 이길 때마다 국민들의 응어리가 풀어지고 축구의 힘이 강조됐다. 이번 최종예선은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었다. 운도 없었지만 내용도 많이 부족했다. 개인적으론 선수들의 과감함, 상대를 이기기 위한 킬러 본능이 사라져서 안타까웠다. ‘원 팀’을 강조하는 것은 좋다. 그걸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너무 ‘원 팀’을 강조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타적인 플레이, 나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는 좋다. 다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라면 필요할 때 해결하고, 어려울 때 과감하게 밀고 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옆 사람 주기 바쁘고 뭔가 눈치를 보듯 책임을 회피하는 플레이가 최종예선 10경기 내내 내 눈에 보였다. 전세를 바꾸는 경기,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경기가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이타적인 플레이 물론 좋지만 선수들이 머리 속에 이를 새겨넣고 그라운드에 뛰어들다보니 해결해야 할 때와 동료를 도와줘야할 때의 타이밍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었다. 태극마크를 달았다면 영광 만큼이나 부담이 크다. 나도 욕을 많이 먹었다. 그렇더라도 경기장 안에선 담대하고 자신 있게 플레이 했으면 한다. 월드컵 본선에선 우리보다 더 강한 상대밖에 없다. 서로에게 미루는 플레이는 본선에선 절대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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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멤버들이 최종 소집 훈련에 많이 들어왔다. 공격 쪽에선 문선민과 이승우가 화제다. 우선 둘의 대표팀 입성을 환영한다. 특히 이승우는 코칭스태프가 잘 뽑았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에게 쏠릴 수 있는 부담을 이승우가 나눠서 상대 수비를 교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우는 A매치에 처음 나가지만 월드컵 데뷔전을 한다고 해서 주눅들 스타일이 아니다. 국민들도 러시아 월드컵에서 눈여겨 볼 킬러가 필요하지 않나? 내가 지난해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도 와야 한다고 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팬들은 이승우를 월드컵에서 보고 싶어했다. 이승우가 기대에 어떻게 보답할 지 궁금하다. 하지만 문선민, 이승우를 데려올 생각이 있었다면 지난 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평가전 및 동아시안컵 기간 중 한 번은 불러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으론 K리그에서 잠깐 활약했다고 월드컵 본선에 가는 것이 맞나란 의문도 든다. ‘인터내셔널 풋볼’은 다른 차원의 무대다. 월드컵은 그런 ‘인터내셔널 풋볼’의 끝판왕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자기가 살기 위해 중국 원정에서 허용준을 급하게 투입한 것 같은 오류가 월드컵 본선에서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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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천수’하면 직접 프리킥을 꽂아넣은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전을 얘기하지만 운동장에 쓰러져 펑펑 울었던 같은 대회 스위스전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다. 물론 파올로 말디니를 걷어찼던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제법 된다. 사람들이 “그래도 이천수가 월드컵에선 120%를 뛰었다”고 한다. 후배들도 러시아에서 120% 아니 그 이상의 힘을 발휘했으면 한다. 태극전사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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