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LG선발 윌슨표 직구 들어갑니다
LG선발 윌슨이 23일 잠실 NC전 마운드에서 변형 직구로 불리는 포심을 던지고 있다. 2018. 5. 23 잠실|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꾸준히 임무를 완수했으나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던 LG 선발투수 타일러 윌슨(29)이 손쉽게 2연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했고 윌슨도 여유있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갔다. 3승에 그쳤지만 올시즌 선발 등판 10경기 중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가 8경기에 달할 정도로 꾸준했던 그가 불운도 벗어 던졌다.

윌슨은 23일 잠실 NC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회초부터 실점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실점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승부해 계획대로 내야땅볼을 유도했다. 첫 타자 박민우에게 중전안타, 나성범에게 적시 3루타를 맞았고 재비어 스크럭스의 2루 땅볼에 3루 주자 나성범이 홈을 밟아 2실점했으나 우직하게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과 포심 패스트볼을 섞어서 구사했다. 실점했다고 갑자기 변화구의 비중을 늘리거나 투구템포를 느리게 하는 게 아니라 경기 전부터 구상한 투구패턴을 유지했다. 윌슨과 배터리를 이룬 유강남도 특별히 다른 사인을 내지 않고 윌슨이 원하는 대로 빠른 승부를 이어갔다.

윌슨의 장점은 볼의 무브먼트와 빠른 투구템포다. 그는 무빙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코너에 넣어 꾸준히 내야땅볼을 유도하고 슬라이더와 커브로 스트라이크존 위아래를 이용한다. 언제든 내야땅볼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실점 위기 속에서도 거침이 없다. LG 강상수 투수코치는 “직접 윌슨을 보니까 영입 당시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투수임을 느끼고 있다. 지난겨울 데이비드 허프와 비교가 많이 됐는데 한 시즌을 소화하는 지속성과 무브먼트는 허프보다 뛰어나다고 본다. 적응력도 좋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와 우리나라는 구심의 존과 타자의 성향 등에서 차이가 있는데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며 필요한 부분을 수정한다”고 칭찬했다.

최근 윌슨 투구패턴에서 가장 큰 변화는 포심 패스트볼 증가다. 윌슨은 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아날 때마다 포심 패스트볼로 방향을 선회한다. 타자와 볼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배트에 맞더라도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선점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실제로 그는 지난 17일 포항 삼성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후 “한국에서 매일 또다른 야구를 공부하고 있다. 매경기 안 됐던 부분, 최근 몇 경기서 고쳐야 할 부분들을 체크하고 수정한다. 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도 윌슨은 LG 타선이 꾸준히 점수를 올리자 포심 패스트볼로 쉽게 NC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4회초에 이미 9점을 앞섰기 때문에 윌슨은 승부를 어렵게 갈 필요가 없었고 NC 타자들도 승부하는 윌슨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윌슨은 3회초 나성범을 상대로도 오직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만 던지며 나성범을 3루 땅볼로 처리했다. 마지막 이닝이 된 6회초에는 9개의 공을 던지며 NC 클린업을 삼자범퇴 처리했는데 7개가 패스트볼 계열이었다. 동료들이 만들어준 흐름을 끊지 않고 빠르게 승부했고 경기는 윌슨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결국 윌슨은 올시즌 3번째 선발승을 거머 쥐었다. 2번째 승리를 올리기까지 6경기, 41일이 걸리면서 다승 부문에선 리그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지만 QS는 리그 3위로 성공적인 KBO리그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윌슨은 이날 경기 전까지 경기당 3.89점 밖에 지원 받지 못했던 아쉬움도 가볍게 털어버리고 동료들을 향해 활짝 웃었다.

경기 후 윌슨은 “타자들이 많은 점수를 내줘서 편하게 스트라이크를 잡고 공격적으로 던진 게 결과가 좋았다. 평소 유강남과 많은 얘기를 나누는 데 오늘 공격적인 투구를 하자고 했다. 항상 유강남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즌 초반 QS를 꾸준히 했는데 승리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도 있었지만 항상 동료들과 함께 뛰고 동료들이 도와줄 것이란 믿음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경기에 이어 동료들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내 승리도 기쁘지만 우리 팀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더 기쁘다”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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