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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Vlog 전문 유투버인 ‘런업’(본명 김찬준)이 취재에 열중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첨단 멀티미디어 시대, 개인 방송이나 다양한 SNS 창구를 통해서 평범한 일반인에서 일약 대중적 스타로 거듭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미디어 트렌드는 이제 유튜브가 만들어내는 신개념 컨텐츠와 이를 만들어가는 크리에이터들이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유튜버 ‘런업’(본명 김찬준)은 국내 최초로 Vlog 전문 유투버라고 할 수 있다. Vlog는 비디오+로그(Video+log)를 합성한 신조어로 개인 일상의 기록을 영상으로 구성해 소개하는 신개념 영상 콘텐츠이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는 바로 이러한 Vlog의 컨셉을 방송에 접목시킨 예라고 할 수 있다. Vlog를 통해 세계적인 셀럽이 된 미국의 케이시 나이스탯(Casey Neistat)은 구독자만 950만명에 육박하는 세계적인 스타 유튜버가 되었다.

1450만원짜리 자전거 시승기

유튜버 런업(Learn Up)은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경험과 지식,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마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런업은 “청담동에 사는 40대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컨셉이 없는 것이 컨셉이다.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샐럽도 아니지만 살아가며 겪는 일상의 감성을 공감하고 즐겁게 봐주시는 분들이 내 채널의 구독자들이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하루의 일상을 담아내는 영상 일기와 같은 구성이기에 매일 매일 주제는 바뀐다. 머리손질을 위해 찾은 단골 미용실에서의 에피소드, 밤 공기를 만끽하려고 자전거를 타고 나선 한강 공원의 밤 풍경, 때론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진 인연을 통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런업은 “오늘과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 역시 내가 Vlog를 하지 않았다면 전혀 알 수 없는 세계다. 그저 스쳐 지나갔던 일상과 인연들이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고 경험이 되고, 나의 자산으로 쌓인다. 어찌 보면 이러한 생활 속 재발견을 통해서 시청자는 흥미를 느끼고 감정 이입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라며 자신의 취재방식을 전했다.

국내 vape trick 1인자 테일러 탐사취재.

현재 런업의 구독자 수는 약 1만명이다. 수십만, 혹은 1백만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자랑하는 스타 유투버들과 비교했을 때, 이제 막 초보 딱지를 뗀 유튜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성장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런업은 “첫 구독자 100명을 넘겼을 때, 쾌재를 불렀다. 5천명이 되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딱 1년만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음먹었기에 조바심 내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드리고 싶은 영상들을 꾸준히 올렸다. 이후 약 1만명에 육박하기 까지는 채 3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유튜브가 재미있는 것은 컨텐츠의 성격이 대중의 관심과 감성에 맞닿는 순간, 스노우볼처럼 순식간에 커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책임도 따르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리가 차곡차곡 쌓이고 동참하는 구독층이 늘어날수록 의미 있는 성과도 하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런업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잇템’이 된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직접 구입하는 구독자들이 증가했고, 최근에는 마블 어벤저스 커스텀 의자 제품 리뷰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그가 체험한 리뷰 중 ‘1,450만원짜리 자전거를 타보았다’는 4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런업은 “아직까지 내가 유튜브를 통해서 큰 수익을 얻거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꿈을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매일 똑같이 쳇바퀴 돌 듯 살아가던 인생이 지금은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모험이 있는 미지의 세계로 다가오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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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Vlog 전문 유투버인 ‘런업’(본명 김찬준)이 지난 16일 스포츠서울 찾아 취재에 열중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연봉 3억, 잘나가는 영어강사에게 찾아온 마음의 병

사실 런업의 직업은 영어 강사였다. 국내 굴지의 온라인 교육서비스 기업에서 영어 강사로 활약하며 본인 소유의 학원도 운영했다. 평균 연봉 3억을 넘어서며 남부럽지 않은 수입도 보장된 삶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과 성공에 대한 압박감은 그에게 마음의 병을 만들었다. 런업은 “수업하는 도중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꼈다. 온몸이 경직되는 듯한 쇼크와 함께 형언할 수 없는 무력감과 공포감이 엄습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갑자기 찾아온 쇼크에 수업을 중단하고 도망치듯 들어간 화장실에서 한 시간을 넘게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전혀 증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뒤돌아 봤다.

병명은 우울증과 공황장애였다. 성공해야만 한다는 강박과 욕심은 그가 모르는 사이 그의 몸 전체를 잠식해 가고 있었다. 꼬박 1년을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두문불출했다.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준 지금의 여자친구가 없었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1년여간 집에 있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유튜브 시청이었다. 런업은 “아무리 큰 수익과 명성을 약속한다고 해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조금씩 병세가 나아지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전했다.

처음부터 유튜버가 될 생각은 없었다. 오랜 기간 학원 강사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스타트업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영상 제작과 편집 전문 업체에게 의뢰했다. 하지만 결과물이 자신이 의도했던 방향과 맞지 않았다. 카메라나 영상 관련 장비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지만 남는 게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배우며 스스로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코덱스 인버스, 레버리지 투자 취재기

런업은 “원래 음악과 영상에 관심은 많았지만 느끼지 못했던 일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컨텐츠를 만들어가며 자연스럽게 Vlog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예상치 못한 길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지금도 런업은 배움을 지속하고 있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인간관계, 삶의 재미와 꿈에 대한 가치가 피부로 와 닿았다. 이러한 진정성은 그대로 컨텐츠 구독자들에게 전달되었다. 런업은 “다른 이들에게는 안정적 삶을 영위해야 하는 40대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여전히 저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다. 나 역시 이 길에 성공이 보장되어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평생 직업이 없는 시대, ‘꿈을 잃은 세대’라는 2030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내 꿈을 위해 도전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나도 나의 미래를 모르지만 흥미로운 시선으로 어떻게 되어갈지 함께 지켜봐 주면 좋겠다”며 끝을 맺었다. 국내 최초의 Vlog 유튜버 런업이 도전하는 미지의 세계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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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Vlog 전문 유투버인 ‘런업’(본명 김찬준)이 취재에 열중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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