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에 코끝을 찡하게 하는 영화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20일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다.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판타지 블록버스터인 이 영화는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연말과 참 잘 어울린다. 또, 그 이야기를 소방관 자홍이 되어 보여준 차태현이 평소 따뜻한 인간미로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다는 점에서 관객들과 큰 공감대를 이룬다.

그런데 눈물을 끌어내는 소재나 방식이 아주 참신하지는 않다는 반응이 있기는 하다. 소위 신파라는 비판이 있는 것. 그러나 차태현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신파가 꼭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취향의 문제”라고 말하면서 “웃길듯 말듯한 블랙코미디도 있지만, 그냥 막 웃고 끝나 아무것도 안남는 코미디 영화도 있다. 난 그런 영화도 좋아한다. 눈물 나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엉엉 울고 감정이 풀리는 영화도 좋다”고 이번 영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차태현

영화로 저승을 경험하면서 “잘 살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내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하면서도 “새롭게 뭘 실천하게 되거나 삶의 변화가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사람이 부모가 되면 부모 마음을 알게 된다고 하지만, 알긴 알아도 그래서 부모에게 더 잘 하게 되지는 않는거랑 똑같다”는 것. 그런 차태현은 “사람이 평소에도 죽음에 대한 생각을 안 하지는 않는다. 특히 아프거나 주변의 죽음을 보게 되면 그렇다. 나도 평소 ‘막내 스무살때까지는 안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왔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는 참 저한테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 같다. (김)주혁이 형 일도 참 슬픈 일이었고, 결과는 안 좋았어도 드라마 PD라는 좋은 경험도 처음 해봤다. 이제 연말이니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할 것 같다”고 올 한 해를 돌아봤다.

극중에서처럼 환생이 가능하다면 어떤 삶을 선택하고 싶을까 물었더니 “처음 그런 질문을 받았을땐 ‘(아들)수찬이로 태어나서 효도했으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두번째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땐 하정우가 떠올랐다”며 하정우 칭찬을 했다.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서 하정우가 제일 신비롭다. 그가 나온 영화도 다 잘 봤고, 재주도 많고 밝고 재밌다. 현장에서 장악력도 좋다. 하나하나 내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잘 놀고 매력이 많다.”

그래도 자신이 하정우보다 연기 선배이고, 이번 영화에서 비중이 밀리지 않는데 크레딧에서 하정우 뒤로 이름이 밀리는게 싫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차태현은 주저 없이 “전혀!”라고 답하면서 “‘엽기적인 그녀’ 때도 그랬다. (전)지현이랑 당시 같은 회사인데도 이름 순서를 놓고 고민하며 물어보더라. 나는 제목도 ‘그녀’인데 당연히 지현이가 먼저 가야지 생각했다. 이번 영화도 원작에서 주인공이 있는데, 그 주인공을 하는 정우가 먼저인게 당연하다”고 했다.

차태현

그동안 수없이 많은 영화를 찍은 차태현이지만, 이번이 생애 첫 블록버스터이자 멀티캐스팅 영화라는 점에서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기도 하다. 그는 “멀티캐스팅에 대한 부러움도 이제 해소됐으니 흥행만 하면 된다. 흥행만 하면 2편은 정말 극장에서 나 혼자 팝콘 먹으면서 볼거다”라며 기분좋게 상상했다. ‘신과 함께’는 1~2편을 동시에 제작해 2편은 내년 여름 개봉을 계획하고 있고, 차태현은 2편에는 출연하지 않아 부담없이 2편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차태현은 “원래 할리우드 마블 시리즈 같은 전형적인 상업영화를 좋아하는데, 이런 영화가 국내에 나오고 여기에 내가 참여해 너무 좋다. ‘강철비’, ‘1987’ 등 다른 대작들과 경쟁구도에 놓인 것도 너무 좋다. 나는 이런 게 처음이다. 심지어 유명한 감독이랑 한 것도 처음”이라며 웃었다.

이번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정우도 있고, CG도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담감을 덜 가져도 되는데 그동안 내가 왜 그렇게 신경을 썼는지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너무 허무했다”더니 “아무리도 사람들이 너무 기대하니까 그랬던 것 같다. 내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멀티캐스팅 블록버스터에 대한 기대감 섞인 반응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왜 그동안 멀티캐스팅 블록버스터라는 영화계 트렌드에서 빗겨있었을까. 심지어 영화의 소재나 캐릭터에 있어서도 차태현은 큰 변화가 없기도 했다. 그는 “선택은 감독이 해주는거니 그랬다. 또, 변신이라고 하면 악역 밖에 없는데, 나한테 들어오는 악역들이 다 너무 뻔했다. 너무 전형적인 악역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안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꼭 악역이 아니더라도 출연 장르만 바꾸어도 어느 정도 변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르의 톤을 바꾸는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저승 등을 표현하면서 최첨단 CG가 한껏 사용됐다는 점에서도 차태현에게 여러 모로 새로운 경험의 영화였다. 차태현은 “외적인 것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다. 이거 찍고 다음은 뭐 찍을지 모르지만, 큰집 살다가 작은집으로 이사가는 것처럼 내가 내려가는거 같은 느낌일 거다. 여기에 너무 현혹되면 안되겠다 생각했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cho@sportsseoul.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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