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4439
축구대표팀 공격수 진성욱(오른쪽)이 12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남자부 2차전 북한과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와 볼경합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북한 ‘그물망 수비’에 진땀을 흘리다가 상대 자책골로 행운의 승리를 따냈다. 축구국가대표 ‘신태용호’가 천신만고 끝에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첫 승을 거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부 2차전 북한과 경기에서 후반 18분 터진 상대 수비수 리영철의 자책골로 1-0 신승했다. 사흘 전 중국과 1차전에서 2-2로 비긴 한국은 1승1무를 기록, 오는 16일 일본과 최종전에서 우승을 노리게 됐다. 일본(1승)과 중국(1무)의 경기는 오후 7시15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5733522
북한과 동아시안컵 2차전 선발 멤버. 제공 | 대한축구협회

결과적으로 승리는 따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중국과 1차전에서 전반을 압도하고도 후반 상대 맞춤 전략에 흔들리며 비긴 한국은 북한전에 중국전 선발 11명 중 6명이나 바꿔 나왔다. 진성욱(제주)을 원톱으로 두고 좌우 날개에 김민우(수원)와 이재성(전북)을 배치하는 3-4-3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다. 좌우 윙백엔 김진수(전북), 고요한(서울)이 나섰고 중원에는 정우영(충칭 리판), 이창민(제주)이 호흡을 맞췄다. 스리백은 권경원(톈진 취안젠)~장현수(도쿄)~정승현(사간 도스)이, 골키퍼는 조현우(대구)가 맡았다.

예상대로 북한은 초반부터 최전방 공격수를 제외하면 2선과 최후방 수비가 촘촘하게 벽을 쌓은 채 한국 공격을 막아섰다. 북한의 완벽한 밀집 수비에 한국은 측면에서 빠른 템포의 패스로 해법을 찾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다. 기회는 있었다. 전반 28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김진수의 스로인에 이어 이재성이 머리로 떨어뜨린 것을 이창민이 슛으로 연결한 게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전반 36분엔 오른쪽 측면에서 고요한이 올린 공을 진성욱이 문전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8624562
제공 | 대한축구협회

3752439
제공 | 대한축구협회

후반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북한 밀집 수비에 대응해 측면에서 예리한 크로스로 흔들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 진성욱이 후반 3분 김진수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결정적인 헤딩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 정면에 안겼다. 후반 11분에도 김민우의 크로스 때 왼발 발리 슛으로 연결한 공이 골문을 벗어났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진성욱은 애가 탔다. 그러다가 후반 18분 행운의 자책골에 이바지했다. 김민우가 또다시 예리하게 차올린 공을 따내려고 달려들었을 때다. 북한 수비수 리영철이 진성욱을 막아섰을 때 공이 공교롭게도 그의 허벅지에 맞고 굴절돼 골문을 갈랐다.

신 감독은 선제골 이후 진성욱, 이창민을 빼고 중국전에서 호흡을 맞춘 김신욱, 이명주를 투입했다. 북한은 선제골을 내준 뒤 공격적으로 올라섰다. 견고했던 수비도 조금씩 간격이 벌어졌다. 위험한 장면도 나왔다. 후반 막판 프리킥 상황에서 정일관을 놓쳐 실점과 다름 없는 상황을 맞았으나, 정확하게 발을 갖다대지 못했다. 공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북한의 도전적인 전술에 한국 수비는 이후 이렇다 할 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수비가 다소 흔들린 상황에서 우리 공격 역시 기회 창출이 적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향한 패스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월드컵 본선을 6개월여 앞둔 한국으로서는 아시아권 팀 밀집 수비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면서 웃지 못할 승리가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