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LA 다저스 다르빗슈 유. LA 다저스 트위터 캡처.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문상열] 미국 스포츠를 관통하는 평범한 진리가 ‘나은 팀이 이긴다(Better team win the game)’는 것이다.

2017년 월드시리즈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LA 다저스보다 나은 전력으로 우승했다. 애스트로스는 2일(한국 시간) 7차전 최종 승부에서 안방의 이점을 안고 있는 LA 다저스를 5-1로 누르고 1962년 구단 창단 이래 55년 만에 처음으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30개 팀 가운데 텍사스 레인저스를 포함해 7개 팀이 아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톱타자 조지 스프링거는 월드시리즈 4경기 연속 포함해 5개의 홈런과 7타점으로 MVP를 거머 쥐었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팀이 확정되기 전 누가 월드시리즈에 올라오든 내셔널리그 챔피언 다저스가 유리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도박사들의 예상은 또 한번 빗나갔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이 베팅에 주저하는 종목이 메이저리그다. 번번이 예상이 빗나가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1962년 다저스타디움 개장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7차전 호스트 팀이 됐다. 1965년 우승 때의 7차전은 미네소타 트윈스 원정이었다. 승자 독식의 7차전도 전문가들은 다저스의 우세를 점쳤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불펜 대기로 조기 투입이 가능해서였다. 커쇼는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에서 세이브를 작성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로 등판한 다르빗슈 유는 3차전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또 한번 2회에 강판당하며 게임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 렌털 투수의 한계

7월31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트레이드된 우완 다르빗슈는 3개월을 빌려 쓰는 ‘렌털 플레이어’다.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기 때문이다. 다저스가 계약한다는 보장은 없다. 1998년 랜디 존슨 이후 7월31일 논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이적한 에이스급으로 팀의 월드시리즈를 이끈 투수는 한 명도 없다. 2008년 C.C. 사바시아(클리블랜드 인디언스-밀워키 브루어스), 2009년 클리프 리(클리브랜드-필라델피아 필리스), 2012년 잭 그레인키(밀워키-LA 에인절스) 등인데 그 중 리만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우승에는 실패했다. 이들은 모두 사이영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다.

다저스의 다르빗슈 트레이드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승부수였다. 메이저리그 즉시 전력감인 유망주 3명을 희생했다. 그러나 다르빗슈는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에서 1.2이닝 4실점, 1.2이닝 5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렌털 투수의 ‘노 월드시리즈’ 역사는 되풀이 됐다. 휴스턴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는 8월31일 웨이버 트레이드였다.

◇ 최고 승률 팀의 WS 징크스

올 월드시리즈는 1970년 볼티모어 오리올스(108승54패)-신시내티 레즈(102승60패) 이후 47년 만에 정규시즌 100승 이상을 거둔 팀끼리의 격돌이었다. 다저스는 104승5패, 휴스턴은 101승61패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프로농구 NBA, 프로아이스하키 NHL처럼 최고 승률 팀이 홈구장 이점을 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시리즈, 월드시리즈 등 3차례의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홈구장 이점을 가졌다. 7차전은 홈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다저스는 초반 5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29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날렸다.

1990년 이후 정규시즌 100승 이상을 거두고 최고 승률을 작성한 팀이 정상까지 정복한 경우는 딱 3차례에 불과하다. 1998년과 2009년 뉴욕 양키스, 지난해 시카고 컵스 등이다. 다저스도 최고 승률의 희생양이 됐다. 야구는 최고 승률이 우승을 보장하지 못한다. MLB는 국내처럼 정규시즌 1위 팀이 기다리고 있다가 한국시리즈만 치르는 게 아니다. 홈구장의 이점만 유지한 채 똑같이 시리즈를 치른다. 결국 어느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상승세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전까지 철벽 불펜을 자랑했다. 23연속이닝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기록을 세웠다. 철벽 불펜은 막강한 애스트로스의 창 앞에서 무기력했다. 큰 경기에서는 방패가 이긴다는 속설도 애스트로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 올드 스타일 힌치의 승리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UCLA)와 애스트로스 힌치 감독(스탠퍼드)은 대학 야구 시절 같은 콘퍼런스 소속으로 두 차례 대결을 한 적이 있다. 지난해 데뷔 첫 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로버츠는 올해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며 승승장구했다. 힌치는 2009년 35세의 최연소 감독으로 애리조나 감독을 역임했으나 경험 부족의 쓴잔을 마셨다. 2015년 두 번째 기회를 잡으며 애스트로스 사령탑에 올랐다.

로버츠는 2, 5차전 역전패를 당하면서 투수 교체 타이밍 미스로 비난을 받았다. 철벽 불펜이 붕괴됐다. 마무리 켄리 얀선의 2이닝 투구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로버츠의 투수 교체는 정규시즌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틀에 박힌 교체였다. 애스트로스는 불펜이 취약한 팀이다. 힌치는 이를 알고 구위가 좋다고 판단되면 밀어 붙였다.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스타일이었다. 기자들이 ‘올드 스타일’이라고 한 이유다. 3차전에서 브래드 피콕의 3.2이닝 세이브, 7차전은 선발 투수인 찰리 모튼을 투입해 4이닝 구원승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애스트로스의 마무리는 켄 자일스다. 월드시리즈 1세이브도 없다. 오프시즌 다저스의 선수 이동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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