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당신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고(故) 김주혁의 마지막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고인은 필자가 기자생활을 아주 오래한 것은 아니어도 십수년 동안 몇차례 만나면서 변하지 않는, 참 점잖은 배우였다. 그렇게 또 십수년이 흐른 뒤에도, 늙어서도 배우로서 그 자리를 지킬 줄만 알았던 그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퉁명스러울 정도로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인색한 사람이었는데, 끝내는 친한 주변에도 마지막 인사 없이 곁을 떠나버린 배우가 됐다.

지난달 나눈 인터뷰에서도 “입으로 일하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했을 만큼, 말로 포장하기를 싫어하는, 냉정한 면도 없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따뜻한 배우로 기억할게 분명하다. 다양한 작품,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그가 보여준 모습이 그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배우 김주혁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故김무생의 아들”로 설명하면 “(‘무신’과 ‘구암허준’ 등)사극에 많이 나와 안다”며 알아보는 중장년층이 많았고, 특히 ‘1박2일’에 출연하면서는 ‘구탱이형’으로 대중적인 호감도를 높였다.

많은 영화 관객들에게는 ‘싱글즈’부터 ‘청연’, ‘광식이 동생 광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그리고 올초 ‘공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갔다. 김은숙 작가의 초기작인 ‘프라하의 연인’에서 안방 여심을 설레게 했다면, 가장 최근작인 tvN 드라마 ‘아르곤’을 통해서는 진정성 가득한 탐사보도팀 팀장 역으로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SS포토] 김주혁, 신사의 품격이 느껴지는 수트!
배우 김주혁이 27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더 서울 어워즈’ 시상식에 참석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친근하지 않은 듯 투박한 그의 말투 때문인지 다소 거리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됐던 고인은 알고보니 너무도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는 배우였다. 필자는 많지는 않아도 여러 차례 인터뷰와 행사를 통해 고인을 만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가깝지는 않아도 멀리 있지도 않는 배우였다. 가장 최근이었던 지난 27일 ‘제1회 서울어워즈’에서도 만났다. 지근거리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왜 그때는 그런 그가 멀다고 느꼈을까 이제서야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스란히 하늘의 별이 된 배우지만, 마음에는 더욱 깊이 되새기게 되는 배우가 됐다.

고(故) 김주혁, 당신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cho@sportsseoul.com

사진|나무엑터스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