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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지더라도 발전한다는 확신을 구성원들이 나눠야 한다.”
‘신태용호’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고도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아 최종예선 중계를 해설한 2002 월드컵 멤버 유상철과 이천수는 “우리 때도 본선 수개월 전까지 힘든 상황을 겪었으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두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과 충분한 동기부여를 갖고 있었다. 신태용호도 과정 속에서 그런 확신을 얻는 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돌이켜보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일 월드컵 대표팀은 본선을 불과 4~5개월 앞두고 치른 북중미 골드컵에서 쿠바와 비기고 코스타리카, 캐나다에 패하는 등 졸전을 거듭했다. 이어진 남미 원정에서도 우루과이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엔 히딩크 감독이 여자친구인 엘리자베스를 전훈지에 데리고 다닌 탓에 논란이 더 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장 바꿔야 한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표팀은 묵묵히 본선 하나만 바라보고 정진했고 결국 4강 신화를 일궈냈다.
1998년과 2002년 월드컵에서 연달아 골 맛을 봤던 유상철 울산대 감독은 우선 신 감독의 거취를 논하기엔 재임 기간이 짧다는 것에 동의했다. 유 감독은 “신 감독이 중간에 대표팀에 들어와 최종예선 두 경기, 평가전 두 경기를 했다. 오랜 기간 팀을 이끌었다면 이런 논의를 받아들였을 텐데 부임 초기에 뭔가를 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안다. 이기면서 좋은 결과를 내면 선수들의 열정이 시너지 효과를 내겠지만 지금은 내용과 결과가 모두 받쳐주질 않아 대표팀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 감독은 대표팀이 ‘본선’이라는 뚜렷한 지향점을 갖되 코칭스태프나 지원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동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유 감독은 “2002년의 성과 배경엔 대한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합숙 기간은 물론 음식과 숙박, 스태프의 수에서 지금과 큰 차이가 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이란 별명이 붙었음에도 자신 있는 인터뷰를 했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있었다. 그게 선수들의 심리 안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선수들이 ‘뭘 믿고 저런 인터뷰를 하지?’란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월드컵에 임박해선 선수들을 하나씩 불러 데이터를 직접 보여주며 ‘예전보다 이 만큼 성장했다’는 식의 설명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지는 와중에도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끝으로 “스태프들이 전부가 아니다. 지금은 선수들도 스스로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 적은 연봉 받는 것도 아닌데 프로라면 이런 점을 이겨내야 하고 누구 탓만 하면 안 된다”고 일침했다.
이천수 JTBC 해설위원도 2002 월드컵 준비 기간을 떠올렸다. “프랑스와 체코에 0-5로 대패해도 당시 대표팀엔 여유와 자신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수장이 흔들리면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만 당시 히딩크 감독은 그런 면에서 ‘저 사람은 목표를 이룰 것 같다’는 기대감을 안겨줬다”는 이 위원은 “지금 신태용호에도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고 개선해 나가야 선수들도 사기를 잃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선수들의 환골탈태도 주문했다. 대표 선수에게 필요한 기초적인 책임감, 사명감, 도전의식 등을 얘기했다. “비록 좋은 성과는 거두지 못했으나 2002 월드컵 뒤 나도 유럽에 두 번이나 도전하지 않았나. 사람이 뭔가를 갖게 되면 간절함이 없어지는 것은 맞지만 그것과 태극마크는 다른 얘기다. 지금 후배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번 선배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눈빛부터 달랐다. 눈빛과 기싸움부터 상대에 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A매치를 ‘당연히’ 뛰는 선수가 없어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그는 “태극마크를 당연히 다는 선수는 없어야 한다. 한국 축구는 팀에 희생하고 하나를 이뤄야 하는 축구다. 그런 축구에 도움될 선수가 월드컵에 가야 한다”고 밝혔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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