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월드컵 최종예선은 항상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통과 가능성을 점쳐봐야했던 긴장되는 과정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경쟁을 벌이는 상대국의 경기결과를 지켜보며 가슴 졸인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무대를 꾸준히 밟아온 것이 더욱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이 보다 수월해져 불안에 시달리는 일은 사라질 전망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를 잘 넘으면 월드컵 연속 출전기록을 무난히 이어갈 수 있다.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는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의 수를 종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본선 출전국이 16개나 늘어나게 되면서 각 대륙별 예선 통과가 보다 쉬워졌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할당된 본선행 티켓은 현재의 4.5장에서 8장으로 크게 늘어난다. 현재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12개국이 2개조로 나뉘어 풀리그를 벌인 뒤 각 조 상위 2개팀에 본선직행티켓이 주어졌다. 각 조 3위 팀들간 플레이오프(PO)를 거쳐 승자가 북중미 4위팀과 PO를 치러 남은 0.5장의 주인을 가린다. 그런데 향후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남에 따라 복잡한 대륙간PO 없이도 최종예선을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FIFA랭킹을 기준으로 아시아 상위 8개국을 꼽아보면 우즈베키스탄과 중국도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다. 4.5장 체제에서도 월드컵 진출에 성공해온 이란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축구 강국들이 보다 수월하게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월드컵 본선행을 걱정할 일이 확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종전 32개국 체제로 치러지는 마지막 월드컵이다. 카타르가 개최국으로서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라 아시아에서는 3.5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맞았다. 아시아에 배정되는 본선행 티켓은 줄어들지만 최종예선에 나설 정도의 경쟁력을 지닌 카타르가 예선 과정에서 빠질 경우 변수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과 A조에 속했던 카타르는 비록 조기에 탈락이 결정되기는 했지만 제압하기 어려운 껄끄러운 상대였다. 중동까지의 이동거리와 더운 자연환경, 한국과는 다른 시설여건 등 원정경기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카타르가 자동출전권을 가진 개최국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2차 예선에 참여하긴 하지만 최종예선에는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은 이듬해 이어지는 아시안컵 예선을 겸하고 있는데 카타르가 2022 월드컵 예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2023년 아시안컵 출전이 불가능해진다. 2차 예선에서 최종예선에 나설 수 있는 상위 12위 이내 성적을 거둔다면 아시안컵 출전권을 확보하기 때문에 최종예선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12위 이내에 들지 못한다면 최종예선에 참가할 수 없다.
월드컵은 문을 더 활짝 열고 많은 국가들에게 참가기회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새롭게 기회를 얻으려는 팀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변수가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쟁이 완화되면서 행여 탈락할까 조마조마해야 하는 최종예선의 긴장감은 이전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적’으로 불리며 회자돼 온 한국축구 월드컵 도전사의 명장면들이 재연되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polaris@sportsseoul.com
기사추천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