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손연재가 4일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17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자리는 힘들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이었다. 손연재(23·연세대)가 매트 위에 흘렸던 땀은 이제 지난 이야기가 됐다. 체육관 문을 나서는 그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아직 정해놓은 행선지는 없지만 체육관 밖의 새로운 세상과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볼 생각이다.

손연재는 4일 태릉선수촌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리듬체조 후배들이 2017년도 국가대표 개인선수 선발전을 치른 날이었다.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밝은 모습으로 안녕을 고한 손연재는 평범한 대학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5세 때 처음 리듬체조를 시작한 그는 2010년 시니어 무대에 나서면서 한국 리듬체조에 깊고 진한 족적을 남겼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종합 동메달을 시작으로 2012 런던올림픽 자력진출과 5위, 2013 아시아선수권,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연달아 정복했다. 지난해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삼았던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4위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최선의 연기를 펼쳤다.

-은퇴하는 심정은.

그냥 말씀드리는 것 보다 나을 것 같아 적어왔다. 5살 때 시작한 리듬체조는 제 인생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아닌 24살 손연재로 돌아가려 한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부터 2016년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아쉬움과 후회는 가장 두려운 단어였다. 앞만 보고 달려왔고, 그 결과 감사하게도 아쉬움과 후회는 남기지 않았다. 리듬체조를 통해 많이 보고 배웠다. 지겨운 일상을 겪으면서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 누구보다 제 자신을 믿는 방법을 배웠다. 은은하지만 단단한 사람이, 화려하지 않아도 꽉 찬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모든 것들이 제 인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하면서 제가 만나게 될 나날들을 준비하려 한다. 이번 올림픽은 제 자신에게 줄 수 있었던 최고의 선물이었다. 리듬체조 선수로서 받았던 사랑과 관심은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선수인 저를 응원하고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

-선수시절을 돌이켜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이었다. ‘메달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하나로 경기에 임했다. 개인종합 메달을 목에 걸 때 제가 비로소 시니어로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했다. 리우올림픽 무대는 제게 가장 뜻깊고 의미 있었다. 리듬체조 17년의 기억을 돌이켜 볼 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해줬다. 그동안 매번 운동 일지에 써 온 것이 한 번쯤 애국가를 들어보고 은퇴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아시아선수권에서 애국가를 5번 들을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고 행복했다.

-은퇴 후 계획은. 10년 뒤 손연재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올림픽 시즌 때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 1년 휴학했다가 지금은 복학했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학생으로서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제는 선수가 아니지만 리듬체조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 좋은 선수들이 저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국제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평생해 온 운동을 그만두는데 어떤 생각으로 은퇴를 결심했나.

리듬체조 선수의 은퇴 시기는 보통 20~23세다. 다른 종목보다 은퇴 시기가 빠르다. 5살 때부터 시작했기에 리듬체조를 뺀 나는 상상할 수 없었다. 리듬체조 선수였던 기억이 평생 있다. 어느 정도 은퇴시기를 생각했기에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직후 은퇴를 생각했다. 그래도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자고 생각해서 2년 동안 천천히 은퇴를 준비했다. 정말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내기 위해 훈련하고 경기했다.

-안좋은 평가들도 많았다. 마음을 다스린 방법은 무엇인가.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안 좋은 시선이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 때마다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시선에도 감사하다. 그 덕분에 더 노력해서 실력으로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안 좋은 시선도 있었지만 선수로서 정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힘을 받았고, 정말 많은 사람이 나를 응원하고 지켜봐준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생겼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 생활에 대한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계획은 있는지.

아직은 학부생이고 학교를 다니는 상황에서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24살이고 또래 친구들도 진로를 고민하는 나이인 것 같다. 나도 같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리듬체조를 하면서 운동 외적인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적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더 많이 찾아보고 경험하고 싶다. 저에게 더 잘 맞고, 좋아하는 것을 할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많이 도와주고 싶다. 러시아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함께 6년 정도 함께 훈련했다. 그 시스템을 한국 선수들도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도입하고 싶은 러시아의 시스템이 있다면.

선수들이 경기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출전을 하면서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부분이 적어서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polaris@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