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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수준급 국제대회 못지 않았다. 한국 여자 피겨의 밝은 미래가 예고된 명승부였다.
8일 폐막한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남자 싱글에서 우승한 평창 올림픽 기대주 차준환이었다. 하지만 경쟁 자체를 놓고 보면 여자 싱글 1그룹이 훨씬 더 후끈했다. ‘포스트 김연아 3총사’로 불리는 임은수(14·한강중)와 김예림(14·도장중) 유영(13·문원초)이 우승을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고, 선배인 김나현(17·과천고)과 최다빈(17·수리고)이 오는 3월 세계선수권 티켓을 위해 혼신의 연기를 다했기 때문이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를 찾은 관중들은 5명이 줄지어 연기를 펼친 프리스케이팅 4조에 감탄사를 쏟아내며 넋을 잃고 관전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부터 다툼이 대단했다. 1위 임은수(64.53점)부터 7위 안소현(58.23점)까지 상위 7명의 점수 차가 6.30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엔 3월 시니어 세계선수권(만 15세 이상) 티켓 한 장과 주니어 세계선수권(만 13세 이상) 티켓 두 장이 걸려 있어 출전권을 거머쥐기 위한 선수들의 클린 대결이 박진감을 더했다. 결국 우승은 곧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임은수에게 돌아갔다. 임은수는 이날 127.45점(기술점수 70.49점+예술점수 58.96점)을 획득,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합계 191.98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주니어 그랑프리 독일 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던 임은수는 김연아를 제외하고 국내 여자 선수 중 총점 190점을 처음으로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와 동갑내기인 김예림이 총점 183.27점으로 준우승하며 또 하나의 주니어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확보했다. 김나현은 181.78점을 기록, 최다빈(181.48점)을 0.30점 차로 따돌리며 3위 입상과 시니어 세계선수권 쿼터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깜짝 우승으로 피겨계 화제를 모았던 초등학교 6학년생 유영은 쇼트프로그램에서의 큰 실수를 만회하지 못하면서 180.88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피말리는 접전에 어린 소녀들은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임은수부터 유영까지 상위권 선수들 대부분이 프리스케이팅 직후 울음을 터트렸다. 임은수는 “그 동안 연습한 만큼 실력이 나오질 않았는데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연기를 하고 잘 됐다. 그래서 눈물이 나왔다”며 “끝에서 두 번째로 연기해 떨렸지만 실력 발휘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임은수는 “다들 클린을 하니까 긴장됐다”며 경쟁의 세기를 전한 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국제대회를 많이 치르면서 마음 다 잡는 법을 배웠다.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도 실수 없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프리스케이팅 뒤 유일하게 담담한 표정을 지은 김예림은 “등수와 점수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두 번째 점프를 실수해서 아쉽고, 그래서 눈물이 날 뻔했다”며 자신도 감정이 격해졌음을 시인한 뒤 “종합선수권 첫 입상에 의미를 두겠다. 이달 중순 동계체전에선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경기를 지켜 본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들은 “유영까지 어린 선수들 3명이 서로 경쟁하며 열심히 하는 게 정말 보기 좋다”며 이들이 출전할 수 있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나현의 눈물도 특별했다. 그는 이번 대회 준비 직전 몸살로 고생했고, 대회 기간 중엔 오른쪽 발목 건염으로 통증을 참아가며 링크 위를 달렸다. 부상 투혼 끝에 세계선수권 출전을 이뤄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그래서 프리스케이팅 뒤 울었다”는 그는 “세계선수권에서 10위 안에 들어 평창 올림픽 티켓을 꼭 두 장으로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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