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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가운데)가 14일 브라질 벨로오리존치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8강 한국-멕시코 맞대결을 슛포러브 진행 담당인 비카인드 김동준 대표(왼쪽), 자신의 매니저 김철호씨와 지켜보고 있다.

[리우=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아테네 올림픽 생각이 많이 났죠.”

한국 축구의 리우 올림픽 4강 진출 좌절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은 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브라질 현지에서 붉은 옷을 입고 후배들을 응원한 ‘프리킥의 달인’ 이천수다. 그는 지난 5일 브라질에 온 뒤 ‘신태용호’가 치른 리우 올림픽 조별리그 2~3차전과 8강전을 연달아 지켜봤다. 중간에 리우를 들러 양궁 단체전 금메달 현장에 서기도 했다. “현역 땐 축구만 했는데 이렇게 와서 보니 다른 종목 선수들이 흘리는 땀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그는 “브라질에서 보낸 시간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선단체 ‘슛포러브’가 기획한 ‘리우 천수가 간다’ 일환으로 브라질을 갔다. 태극전사 응원 영상을 제작한 뒤 페이스북과 네이버캐스트, 유투브에 직접 올려 영상 조회 1건당 1원씩 적립, 소아암재단에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그는 얼마 전 ‘슛포러브’ 행사에서 30여m 직접 프리킥을 농구 골대에 집어넣어 많은 이들을 감탄하게 한 적이 있다. 자신의 킥 감각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했다. 이번에도 뜻 깊은 이벤트가 열리면서 치안이 불안한 브라질까지 날아와 후배들을 격려했다. 특히 한국이 8강행을 확정지은 멕시코와 대결 직후엔 손흥민 등이 직접 이천수를 찾아 그와 껴안기도 했다. 온두라스에 통한의 패배를 당하고 4강 진출이 좌절됐을 땐 이천수의 마음도 아팠다.

그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주축 선수로 나서 조별리그 통과를 이끌었으나 그의 두 골 활약에도 불구하고 파라과이에 2-3으로 패해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 온두라스에게 지는 걸 보니 아테네 올림픽 생각이 많이 났다”는 그는 “8강에서 졌고, 중남미 팀에게 졌다. 그런데 경기 내용에선 한국이 나았다. 비슷한 게 너무 많다”고 전했다. 손흥민과 포옹했을 때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처음엔 난 줄 몰랐다가 가까이 와서 나란 것을 확인하고는 흥민이가 넘어왔다. 그리고 선수들이 다 넘어왔다”는 이천수는 “처음 갖는 느낌이었다. 내가 축구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든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모두 골을 넣은 선수로서 ‘신태용호’를 본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독일 멕시코 등 세계적인 강호와 붙어 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서 경기를 점점 지배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반면 순간 순간 선수들의 판단에 대해선 좀 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골결정력과 판단의 문제는 더 보완해야 한다. 해결을 할 때, 패스를 할 때에 대한 구분이 아직은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15일 귀국 비행기에 오른 이천수는 이제 ‘슈틸리케호’와 함께 한다. JTBC 해설위원으로서 내달 1일부터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전 경기 해설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한·중·일 A3 챔피언십 등 아시아 축구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살려 좋은 해설을 펼쳐보이겠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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