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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메이드는 지난 달 ‘비거리 향상’을 전면에 내세운 SLDR 드라이버를 출시해 관심을 모았다. 제공 | 테일러메이드

단언컨대 이 드라이버의 최대강점은 ‘비거리’가 아니다.
테일러메이드는 지난 달 혁신적인 비거리를 전면에 내세운 신제품 드라이버 ‘SLDR’을 선보였다. 시원하게 하늘을 가르며 뻗어가는 드라이브샷은 모든 골퍼들의 로망이다. 테일러메이드는 SLDR이 그 꿈을 현실화시켜줄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테일러메이드 역사상 최대 비거리를 실현했다”고 호언장담한 제품이었다.
경쟁사인 캘러웨이가 ‘300야드 우드’라는 별칭이 붙은 ‘X-핫’ 시리즈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비거리’로 ‘맞장’을 뜨겠다는 테일러메이드의 호언장담에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었다.
평소 사용하고 있는 ‘T’사 제품과 똑같이 샤프트 강도 SR, 로프트각 10.5도의 시타용 클럽을 사용해봤다. 샤프트는 기성품에 장착된 미쯔비시 레이온의 TM1-114였다. 드라이버를 휘두를 기회를 엿보다 짬을 내 연습장으로 향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SLDR의 첫 인상은 실망스러웠다. 평소에도 페이드성 구질이라 종종 슬라이스가 발생하는데 SLDR은 심한 악성 슬라이스가 났다. 임팩트시 볼이 헤드에 묻어나가는 손맛도 덜했다. 헤드에 부딪히는 순간 곧바로 튕겨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타구음도 맑고 청아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쯤 들어찬 깡통을 두들기는듯 ‘턱’하는 둔탁한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탄도도 낮아 비거리는 오히려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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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DR의 셀프 튜닝 시스템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엔진을 외부로 드러낸 자동차처럼 낯선 디자인이지만 순식간에 구질을 교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제공 | 테일러메이드

곧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드라이버에 동봉된 툴로 드라이버 상단의 슬라이드를 드로(draw) 쪽으로 살짝 돌려놨다. 심리적인 효과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악성 슬라이스는 금세 사라졌다. 이번엔 슬라이드를 드로 쪽으로 끝까지 돌려놓고 아래쪽의 나사를 풀어 탄도도 가장 높게 조정한 뒤 다시 고정시켰다. 구질과 탄도를 모두 조정하는데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오른쪽으로 휘어져 나가던 드라이브샷이 똑바로 뻗어나갔고 탄도도 정상치를 회복했다. 여전히 타구음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쫀득쫀득한 느낌도 부족했지만 일관되게 ‘똑바로’ 볼을 날려보낼 수 있었다.
이튿날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클래식 코스에서 실전 라운드를 가졌다. 버릇처럼 페어웨이 정중앙보다는 왼쪽을 겨냥했는데 정말 페어웨이 왼쪽으로 볼이 떨어졌다. SLDR은 실전에서도 일관된 방향성을 증명해 보였다. 이날 단 한 번의 아웃오브바운스도 기록하지 않고 깔끔하게 라운드를 마쳤다. 워터해저드에 볼 하나를 빠뜨린 것을 포함해 2개의 볼만 꺼내썼다. 보통 4개 이상의 볼을 드라이브샷으로 잃어버렸던 것을 떠올리면 대단한 반전이었다. 동반자로부터 드라이브샷의 기복이 완전히 잡힌 것 같다는 기분좋은 평가까지 들었다.
단언컨대 SLDR 드라이버의 최대강점은 ‘비거리’가 아닌 일관된 ‘방향성’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손쉽게. SLDR의 슬라이드형 튜닝 방식은 타사의 셀프튜닝 드라이버에 비해 매우 간단하다. 나사를 돌리고 자신이 원하는 구질 쪽으로 슬쩍 버튼을 밀어놓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페어웨이의 세팅이나 바람의 방향에 따라 즉석에서 구질을 바꿀 수 있도 있겠다 싶을 정도다. 그래서 굳이 ‘직관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 SLDR을 경험했던 다른 이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리’ 보다는 일관된 방향성을 손쉽게 찾아주는 튜닝 기술에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타구음은 해결할 방법이 없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샤프트를 찾아 피팅을 마친다면 손에 쩍 붙는 손맛은 물론 끝까지 내 것이 되지 못했던 ‘비거리’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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