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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샤넬. 제공|DJ 샤넬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DJ는 무대 위 대통령이자 신 같아요.”

이제 전세계 음악 트렌드의 중심에 DJ가 서 있다. 한국에서도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과 월드 DJ 페스티벌 등 대형 공연은 매번 수많은 인파를 불러 모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 수 많은 클럽에서 다양한 장르를 대표하는 DJ들이 맹활약하며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등으로 힙합 열풍을 불러 일으킨 엠넷이 DJ 서바이벌인 ‘헤드라이너’를 야심차게 선보이며 가능성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경쟁속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인 DJ 샤넬(SHANELL)은 방송 당시 이효리를 닮은 외모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샤넬은 “무대 위 DJ는 대통령같고 신 같았다. 마치 내가 조종 당하는 느낌이었다. DJ는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멋진 직업”이라고 DJ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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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샤넬. 제공|DJ 샤넬
-활동명이 유명 브랜드와 유사하다

1900년대 초반 인물을 좋아하는데 코코 샤넬은 당시 여성들에게 코르셋을 벗기고 해방감을 준 위인같다. 남자들이 지배한 세계에서 하나의 혁명자 같은 느낌이다. 나 역시 DJ를 하면서 남자들이 주를 이르는 사회에서 무언가 한획을 긋고자 철자를 바꿔 선택하게 됐다.

-DJ를 시작하는 계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재즈와 블루스, 소울, R&B 등 흑인 음악을 좋아하는데 자연스럽게 접한 음악 중에 DJ들이 만든 음악이 많았다. 2008년 지인을 찾아가 프로듀싱을 배우다 DJ를 먼저 하게 됐다. 처음에는 홍대에 조그만 바에서 하루 네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나갔다. 당시는 하우스가 아니라 힙합, 팝을 틀었다. 첫 행사에 참여한 후 점점 많은 무대에 서게 됐다. 2010년 후반 DJ 사로비아와 크루를 결성하고 슈가팝이라는 듀오로 활동하면서 각종 페스티벌과 유명 대형 클럽 무대에 올랐다. 당시에는 여자 듀오가 처음이었고 이미지와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1~2년 정도 함께 음악을 하다 서로의 길을 걷기로 하고 이제 나만의 음악 스타일을 찾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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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샤넬. 제공|DJ 샤넬

-헤드라이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직 여성 DJ의 입지가 크지 않다

남자들이 주를 이루기에 사실 본의 아니게 텃세도 있었다. 여자라고 깔고 보는 것이 있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그때는 준비를 많이 해서 보여주는 것 만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것에 도전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솔직히 곡 작업이 장비를 다루는 일인데 남자들이 유리한 점도 있다. 그 틀을 깨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도 이제 여성DJ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시선도 있다

나 역시 초반에는 주변에서 비주얼 때문에 연예인하고 싶어서 DJ한다고 질타를 받았다. 본의 아니게 외모때문에 기회가 주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했다. 일부 여성 DJ가 섹스 어필이나 퍼모먼스만 신경 쓰는 것은 아쉽다. 비단 여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굉장히 잘하는 DJ가 많다. 최근에는 비주얼과 퍼포먼스가 좋으면 실력있는 DJ로 포장되는 게 아쉽다. DJ들 중에 묵묵히 오래하고 음악에 대해 박식하고 이해도가 높은 분들이 굉장히 많다. DJ를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수단이나 과정으로 보는데 DJ는 좋은 음악 들려주는 것이 1순위고 본질이다. 요즘은 생화보다 조화가 더 비싼 세상이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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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샤넬. 제공|DJ 샤넬

-본인 역시 최근 몇년간 음악에 집중하며 변했다

이제 8년 정도 하면서 중간 정도 온 거 같다. 과도기인 것 같은데 변화를 할 지점에 왔다. 예전에는 대중 앞에 서면서 대중적인 음악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라 다른이의 반응을 보면서 음악을 트는 것이 느껴지고 재미가 없었다. 당시 슬럼프도 오고 그때부터는 내가 틀고 싶은 것을 틀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형 무대보다는 내가 찾아가고 싶은 무대에 서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해 엠넷 헤드라이너에 출연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안나가려고 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에 ‘경쟁은 안하겠다’고 하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다양한 장르를 하는 DJ들이 모여 과연 프로그램이 만들어질까 생각도 했고, 솔직히 두렵고 자신도 없었다. 지금까지 배틀 DJ를 한적도 없고 대회를 나가 본 적도 없어 걱정이 컸다. 그래도 확실하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보여 준 점은 만족한다. 다만 아직 내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도 남았다.

-2016년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소속사나 좋은 분들과 좀 더 체계적으로 음악 작업을 하고 싶은게 계획인데 아직 러브콜은 없다(웃음). 동료 DJ 마리오와 함께 다양한 파티와 행사도 많이 하고 싶다. 사실 무엇보다 개성 있고 진짜 음악을 좋아하는 DJ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요즘에는 오락에만 치우진 DJ가 많은데 감성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 DJ로 알려지기 바란다.

hongsfil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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