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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손세이셔널’ 손흥민(23·레버쿠젠)의 진화를 보는 건 국내 축구 팬의 또다른 재미가 됐다. 학원축구를 거치지 않고 아버지 손웅정씨에게 축구를 배운 손흥민은 함부르크의 아들~슈퍼탤런트~손세이셔널~손날두 등 갈수록 진화하는 별명처럼 기량도 나날이 발전했다. 만 18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프로로 데뷔해 어느덧 5년차를 맞이한 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17골을 기록 중이다. 남은 리그 2경기에서 2골 이상을 넣으면 1985~1986시즌 같은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뛴 ‘대선배’ 차범근 전 SBS 축구해설위원이 세운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19골)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당시 만 33세인 차범근과 다르게 손흥민은 10년이나 어린 만 23세에 기록 경신에 나선 점은 그의 남다른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스포츠서울은 손흥민이 5년간 터뜨린 49골을 집중적으로 해부했다.
◇ 믿고 때리는 ‘손흥민 존(Zone)’, 11골이나 터졌다
페널티박스 사각지대는 손흥민의 골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이다. 49골 중 22%에 달하는 11골이나 적중했다. 페널티박스 좌우에서 수비를 제치고 양발로 감아차는 슛은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와 같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실제 손흥민은 아버지와 운동하면서 가장 많이 공들인 지점이기도 하다. 강하게 임팩트가 좋은 손흥민의 슛. 공교롭게도 손웅정 씨는 아들의 슛 훈련을 고등학교가 돼서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경기를 많이 뛰고,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는 꿈나무들이 일찌감치 무릎이 고장나는 것을 보고나서다. 오로지 중학교 때까지 기본기에 충실한 뒤 고교 때부터 단계적으로 슛 훈련에 매진했고, 프로가 돼서야 비시즌 때 훈련지인 춘천 공지천에서 1000개 이상의 슛을 때리게 했다. 특히 사각지대에서 짧게 끊어 감아 차는 기술을 강조했는데, 그는 “세계 정상급 골키퍼도 사각지대에서 정확하게 감아차면 가제트 팔이 아닌 이상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섭씨 30도가 오르내리는 가운데 매일 슛을 반복했다. 어느덧 실전에서 공이 사각지대에 놓이면 본능적으로 감아차는 수준에 달했다.
양발을 고르게 사용한 건 기록에서도 두드러진다. 49골 중 왼발이 20골, 오른발이 25골이다. 톱클래스 선수들도 주로 사용하는 발의 득점 비율이 높은데, 양발이 무기인 손흥민은 매 시즌 고른 분포를 보였다.
◇ 문전 혼전 중 8골 + 골키퍼 일대일 6골, 남다른 집중력
훈련 과정에서도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아버지의 호통에 익숙한 손흥민. 어릴 때부터 연습이든 실전이든 집중력 싸움에서 강해진 건 독일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함부르크 시절인 지난 2010년 10월 30일 만 18세 3개월 22일의 나이로 쾰른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손흥민.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골키퍼가 차내기 위해 나오자 침착하게 머리 위로 공을 넘긴 뒤 왼발로 차 넣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집중력과 골 결정력에 강한 인상을 남긴 골. 이처럼 손흥민이 골키퍼를 제치고 골망을 흔든 건 8차례나 된다. 함부르크 3년차인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아버지와 챔피언스리그 영상을 보면서 정상급 골잡이들이 골키퍼와 일대일에 맞서는 동작을 분석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핵심 트레이닝. 실제 그해 시즌 첫 경기였던 프랑크푸르트전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은 골키퍼를 제치고 마수걸이포를 가동해 아버지를 기쁘게 했다.
문전 혼전 중에서도 달려들어 골을 넣은 게 6골이다. 골키퍼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시하는 습관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보통 훈련에선 골키퍼의 동작에 예민하지 않은 게 공격수다. 그러나 손흥민은 가벼운 미니게임 때도 골키퍼가 공을 완전히 처리할 때까지 압박한다. 자연스럽게 전, 후반 득점 비율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전반에 21골, 후반 28골을 넣었다.
◇ 약점은 4골에 그친 머리…온 몸이 무기가 돼야
완성형에 다가가는 손흥민에게 약점은 당연히 존재한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머리 사용이다. 5년간 헤딩 골이 4골에 불과하다. 간간이 헤딩골을 넣었을 때 머리를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펼치곤 하는데, 스스로 헤딩의 약점을 인지하고 있다. 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도 상대와 몸싸움, 문전 헤딩 능력은 실전을 통해서 길러야 하는 부분이다. 골잡이가 머리까지 위협적이면 수비수들은 순간 공격수를 막을 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분데스리가 수비수들은 손흥민의 헤딩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 더 큰 무대를 꿈꾸는 손흥민이 더 진화하려면 헤딩력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또 데뷔 때부터 지적받은 경기력의 기복도 해결 과제다. 손웅정 씨는 아들의 프로 3년차까지는 시즌 초반에 중점을 두고 몸을 만들었다. 어린 나이에 초반 기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프리시즌 때 맹활약한 비결이기도 한데, 점차 그 비중이 줄고 시즌 고른 활약으로 퍼지는 것도 훈련법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약점이 없는 공격수는 없으나 나이에 맞는 체력 수준을 끌어올리고, ‘온 몸이 무기’가 된다면 진정한 세계적인 공격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아직 축구를 할 시간이 더 많은 손흥민의 발전을 지켜봐야하는 이유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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