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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챌린지는 2013년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2부리그입니다. 챌린지의 출범을 통해 K리그는 양적인 팽창을 이뤄 올해는 23개 클럽(클래식 12팀, 챌린지 11팀)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범 3년차인 챌린지는 아직까지 프로스포츠로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축구계에서는 챌린지가 한국 프로축구의 단단한 뿌리 역할을 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팬들과 함께 하는 진정한 프로리그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서울은 챌린지의 활성화를 위해 구단 대표, 감독, 선수, 프런트 등 구성원들의 이야기로 꾸미는 ‘챌린지를 달리는 사람들’을 주간연재합니다. 첫 주자로는 지난해 9월 축구행정가로 변신한 대구FC 조광래 대표이사가 나섭니다. <편집자주>
대표 이사나 단장이라는 직함이 아직도 어색하다. 사무실 책상이 아니라 그라운드의 벤치가 더 익숙한 조광래(61) 대구FC 대표이사는 아직까지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다. 1987년 대우 로얄즈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조 대표이사는 2011년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날 때까지 25년동안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9월 대구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활동 무대가 달라졌지만 그는 한결같이 ‘축구’에 미쳐있다. 조 대표는 ‘축구’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그 시작으로 2002년 창단이후 줄곧 숙제로 남겨져 있던 전용경기장, 훈련장, 클럽하우스 건립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축구 행정가로서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큰 틀에서 감독으로서 선수단을 운영했던 방식을 구단을 운영하면서도 많이 반영하는 편이다. 기업에서 나에게 특강 요청을 할 때 대부분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감독이 팀을 이끄는 것과 같다고 한다.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고, 적재적소에 사람 쓰는 것도 닮았다. 개인뿐만 아니라 팀 워크 등 필요한 것은 기업이나 축구단이나 마찬가지다.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다들 걱정을 해줬는데 이런 마인드를 갖고 구단을 운영하다보니 큰 어려움은 없다.
-감독은 경기 승패를 걱정하지만 구단 대표는 흥행과 관중을 걱정하는 자리다.
구단 대표로서 가장 신경 쓰이는게 팬과 관중이다. 결국은 축구를 잘하면 70%는 해결이 된다고 믿고 있다. 결국 프로축구 구단이라면 축구를 내세워야한다. 최근에는 마케팅과 홍보를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축구가 재미없으면 어떤 팬들이 경기장을 찾겠나. 정말 재미있는 영화는 암표를 팔 정도로 팬들이 몰린다. 그런 쪽에 포인트를 두고 구단 운영을 해나가야한다. 감독과 선수들도 ‘축구는 팬’이라는 신념을 가져야한다. 결국 매력적인 축구로 팬들을 불러들여야한다.
-시민구단 대표라면 구단 운영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대표 취임이후 지역사회의 호응이 좋다. 큰 돈은 아니지만 이사들과 엔젤클럽 회원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대구도 이제는 축구와 야구가 공존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용구장, 유소년 육성구장 등이 준비를 하고 있다. 창단 후 미뤄져 온 클럽하우스 건립도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프로구단에서 클럽하우스와 전용구장은 기본이다.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선수 육성은 힘들다.
-축구행정가로서의 첫 행선지가 대구FC였다. 챌린지 구단이라 많은 우려도 있었을 것 같다.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대구는 챌린지팀이지만 항상 클래식에서 뛸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봤다. 인프라는 아직도 부족하다.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도 상당히 열악했다. 이런 것들만 갖춰진다면 전력을 끌어올려서 클래식에서도 우승을 노릴수 있는 팀이다. (내가 지휘봉을 잡았던)경남도 리그 우승을 꿈꾸지 않았나. 대구는 경남보다 더 잘 될 수 있는 팀이다.
-프로구단은 감독과 대표의 호흡이 중요하다. 조 대표는 감독생활을 오래해왔다. 이제 입장이 바뀐 상황인데 어떤가.
이영진 감독이 뭐 해달라고 요청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다 준비를 해줬다. 난 지도자로서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 감독이 신경쓰고, 불편해 할 부분을 애초에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전용훈련장 문제도 해결을 했다.
-지도자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선수단 운영에 관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나도 지도자생활을 했기 때문에 항상 경기가 끝나면 필요한 훈련과 부족한 점들을 적어둔다. 때로는 전술적인 문제점 등을 직접 그리기도 한다. 내가 준비한 것들을 이 감독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 감독도 나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경기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조언을 하는 편이지만 선수 구성 등에 대해서는 일절 내 의견을 전하지 않는다. 나는 경기 날에 라커룸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지도자 시절에는 새벽에 기상해서 축구 공부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축구 공부는 항상하고 있다. 대구와 상대할 팀들의 전력도 파악을 한다.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관련 영상을 볼 수 있지 않나. K리그 클래식에서 수원이 왜 잘 하는지, 서울이 왜 부진한지도 눈여겨보고 있다(웃음).
-감독으로서 현장 복귀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지도자로 복귀에 대한 생각은 전혀하지 않고 있다. 기회가 오면 하겠다는 뜻도 아니다. 이제는 행정가로서 활동하고 싶다. K리그에는 후배와 제자들이 지도자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구단 운영에 힘을 쏟고 싶다. (이)영표와 (박)지성이도 축구 행정에 준비를 하고 있다. 더 많은 축구인들이 행정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내가 더 잘해야한다.
-구단 대표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새롭게 전용구장이 건립된다면 매 경기 만원 관중을 채우고 싶다. 전용 경기장은 1만석에서 1만2000석 규모다. 그정도 경기장은 채울수 있는 구단이 돼야한다. 1만석만 고정적으로 채운다면 2~3만명으로 발전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기고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경기가 우선이 돼야한다. 대구시는 야구장이 떠나는 시민운동장 부지에 3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복합스포츠타운으로의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용역을 진행하고, 최근에는 공청회도 열었다. 복합스포츠타운에는 대구FC 유소년 축구장, 클럽하우스, 축구전용경기장 등이 단계적으로 건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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