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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세리나 윌리엄스(34·미국)는 레전드 슈테피 그라프(독일)마저 넘어설 수 있을까.
세계 1위인 윌리엄스는 지난 31일 벌어진 2015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를 2-0(6-3 7-6)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개인 통산 19번째 그랜드슬램대회 단식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랜드슬램대회 최다 우승에서 크리스 에버트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이상 18회)를 제치고 역대 단독 2위가 됐다. 이제 관심사는 역대 1위인 그라프(22회)를 추월할 수 있는냐 하는 것이다.
현재의 힘과 기량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윌리엄스는 최근 열린 8차례의 그랜드슬램대회에서 4번 정상에 올랐다. 이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내년 호주오픈에서 그라프와 타이를 이루고 윔블던에서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윌리엄스는 현재 톱10 선수 모두에게 상대전적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가 패한 경기의 상대는 대부분 랭킹이 크게 떨어지는 선수들이다. 윌리엄스의 컨디션이나 운이 나쁜 날에나 그를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윌리엄스는 그랜드슬램대회 결승에 모두 23번 나섰다. 그 중 19번을 우승했고 준우승은 단 4번 뿐이었다. 이변을 일으킨 선수가 결승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해서 윌리엄스는 중간에 뜻밖의 복병에게 발목을 잡히지만 않는다면 항상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인 것이다. 윌리엄스가 여자 테니스의 강자로 올라선 이후 그와 대등하게 맞섰던 선수는 은퇴한 쥐스틴 에냉(벨기에) 정도다. 파워 중심의 플레이를 하는 윌리엄스를 압도할 정도로 정교한 테크닉을 보유한 선수가 아직 없다.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는 더더욱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샤라포바가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나이다. 윌리엄스는 이번 호주오픈 우승으로 그랜드슬램대회 최다 우승 역대 2위로 올라섰지만 또 하나의 2위 기록도 남겼다. 최고령 그랜드슬램대회 우승이다. 역대 1위 나브라틸로바가 1990년 윔블던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4개월 이르다. 윌리엄스가 또 한 번 그랜드슬램대회 정상에 오른다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그라프는 30세에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 우승을 기록하고 은퇴했다.
아직은 시속 200㎞에 육박하는 엄청난 강서브를 구사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서브와 스트로크 파워가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그는 모든 면에서 정상급 기량을 갖고 있지만 역시 가장 큰 강점은 파워다. 그런 강점이 빛을 잃는다면 그를 이길 선수는 적지 않다. 나이가 들고 힘이 떨어지면 부상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동기 부여는 약해진다. 또한 세월이 가장 무서운 적인 것은 새로운 강자가 계속 등장한다는 점이다.
윌리엄스는 최소한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까지는 현역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7차례의 그랜드슬램대회가 남아있다. 현재의 힘과 의지를 그때까지 지킬 수 있다면 그라프를 넘어설 수 있다. 어쩌면 힘보다 열정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그는 세계 정상에 오른 뒤 한때 테니스에 흥미를 잃은 적이 있다.
윌리엄스는 호주오픈에서 여섯 번째로 우승한 뒤 기자회견에서 그라프의 기록에 대해 질문을 받고 “22라는 숫자에 도달하고 싶다. 그러나 먼저 20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그랜드슬램대회는 그가 상대적으로 약한 면을 보인 프랑스오픈이다.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우승을 놓친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가장 강한 US오픈이 있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20번째 그랜드슬램대회 우승을 달성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최정식기자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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