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김태호 PD의 예능 세계관이 또 한 번 무한 확장 중이다.

음악 프로젝트부터 연애 리얼리티, 스핀오프로 가지를 뻗는 여행 예능까지. 얼핏 보면 현재 방송가에서 유행하는 흥행 공식을 좇는 듯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김태호식’ 비틀기가 숨어있다. 장르의 외피를 입었을 뿐, 그가 진짜 탐구하는 예능의 본질은 다름 아닌 ‘사람과 관계’다.

최근 김태호 PD의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지드래곤과 함께하는 음악 프로젝트 예능 ‘굿데이’ 시즌2다. ‘굿데이’는 지드래곤이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과 만나 음악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빅뱅 20주년과 맞물려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는 가운데, 이 프로그램의 진짜 차별점은 무대가 아닌 ‘과정’에 있다. 단순히 화려한 퍼포먼스를 전시하는 음악 예능이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사람과 시대를 연결하는 작업에 방점을 찍는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연애 예능’에도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제작사 TEO가 2030 직장인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모집 중인 ‘점심 미팅 주선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수많은 연애 리얼리티가 화려한 출연진의 장기간 합숙을 통해 극단적인 감정선을 쥐어짜 냈다면, 김태호 PD는 철저히 ‘현실’로 시선을 돌렸다. 퇴근 후 낯선 공간이 아닌 직장인의 일상 반경 안으로 들어가, 운명적 사랑보다 효율적인 ‘점심시간 만남’을 주선한다. 연애를 거대한 판타지로 포장하기보다, 요즘 2030 세대가 왜 만남에 어려움을 겪고 일과 사랑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 현실적 관계의 조건을 예능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행 예능에서는 세계관 확장을 통한 실험이 한창이다. 주사위에 운명을 맡기고 세계를 누비는 ‘지구마불 세계여행’에 이어, 스핀오프격인 ‘크레이지 투어’를 선보인다. 여행을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의 나열로 소비하지 않고, 선택과 우연이 충돌하는 거대한 ‘게임판’으로 바꿨다. 누가 더 좋은 곳에 가느냐가 아니라, 낯선 환경을 함께 통과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수와 케미스트리가 발생하는지가 재미의 핵심이다.

‘굿데이’, ‘점심 미팅’, ‘지구마불’. 세 프로그램의 소재는 완전히 다르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궤를 같이한다. 음악은 세대와 인물을 잇고, 연애 예능은 직장인의 현실적 만남을 들여다보며, 여행 예능은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속 관계의 변화를 좇는다.

정해진 길보다 예상 밖의 만남과 변수를 예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김태호 PD의 기획력이 다시 한 번 빛나고 있다. 하나의 성공 공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장르를 변주하면서도 ‘관계’라는 본질을 놓지 않는 김태호 PD의 다음 행보가 늘 기대되는 이유다. khd998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