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호, 3라운드 내내 단독 선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눈앞
한국오픈 최초 예선 통과자 우승 기록 도전
찰리 린드 단독 2위…왕정훈·아브라함 앤서 공동 3위 추격

[스포츠서울 | 천안=김민규 기자] “아내와 무럭이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
양지호(37·스릭슨)의 표정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단순한 우승 경쟁이 아니다. 한국 남자 골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정상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양지호가 ‘내셔널 타이틀’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사흘 연속 단독 선두를 지키며 역사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예선 통과자 신분으로 본선에 올라 한국오픈 정상까지 바라보는 ‘한 편의 드라마’다.
양지호는 23일 충남 천안시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7361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중간 합계 14언더파 199타를 적어낸 그는 또 다시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써내며 리더보드 최상단을 굳게 지켰다.

우정힐스는 이날도 난코스의 위용을 드러냈다. 그린 스피드는 4.3m까지 빨라졌고 핀 위치 역시 까다로웠다.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단 9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러나 양지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공격보다 ‘안정’을 택했고, 그 선택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그의 서사가 더욱 특별하다. 양지호는 본선 직행자가 아니었다. 예선을 거쳐 어렵게 출전권을 따냈다. 예선 통과 순위도 18위였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 높은 곳에 서 있다. 한국오픈 역사상 예선 통과자가 우승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경기 후 만난 양지호는 “나가기 전부터 한국오픈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정말 긴장했다”며 “첫 홀을 잘 넘긴 뒤 샷이 편안하게 느껴졌고, 이후에는 내 샷을 믿고 플레이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위기는 있었다. 1번 홀(파4)부터 보기로 흔들리는 듯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4번 홀(파3) 버디에 이어 5번 홀(파4) 이글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그는 “세컨드 샷이 깊은 러프에 들어가 공간이 거의 없었다. 캐디와는 밖으로 빼서 파를 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샷이 핀을 맞고 들어갔다”며 웃었다. 이어 “그 샷으로 힘을 정말 많이 얻었다”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 내내 양지호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은 가족이다. 현재 임신 중인 아내와 뱃속 아이 ‘무럭이’의 존재가 그를 바꿔놓고 있다.
양지호는 “예전에는 안 풀리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화도 덜 내게 된다”며 “사람이 조금 더 유해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그는 이번 대회에서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다. 일본 투어 경험도 큰 자산이 됐다. 양지호는 “일본 투어를 뛰며 멘탈과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전에는 자유분방하게 쳤다면 지금은 훨씬 차분해졌다”며 “그 경험이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찰리 린드(스웨덴)가 7언더파 단독 2위로 추격 중이고, 왕정훈과 LIV골프 소속 아브라함 앤서도 공동 3위 그룹에서 추격 중이다.
그 역시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양지호는 “오늘 정말 많이 떨렸다”며 “결국 경계해야 할 대상은 다른 선수가 아니라 나 자신인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최대한 한국오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용기 있게 플레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예선 통과자에서 한국오픈 챔피언까지. 양지호가 한국 남자 골프 역사에 가장 특별한 이름을 새길 준비를 마쳤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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