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한 번이면 실언으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방식이 반복되면 굳어진 태도로 읽힌다.
조영남이 최근 방송에서 또다시 전처 윤여정을 언급했다. 이미 끝난 관계를 철저히 자기중심적 해석으로 포장하며, 상대의 치열했던 삶마저 자신의 서사 안으로 함부로 끌어들였다. 예능의 탈을 쓰고 가볍게 소비됐지만, 화면 밖으로 전해진 것은 실소와 짙은 불쾌감뿐이었다.
문제가 된 발언은 16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조영남은 결혼과 이혼에 대해 “13년 살면서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 전 아내가 이해력이 넓어서 내가 말한 걸 다 이해해 주고 적절히 해결해 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딸의 사윗감에 대한 질문에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난 이혼한 느낌이 안 든다”는 황당한 궤변까지 덧붙였다. 과거의 상처를 가벼운 농담거리로 전락시킨 셈이다.
대중이 느끼는 피로감은 며칠 전 벌어진 유사한 촌극 때문에 더욱 가중됐다. 조영남은 12일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해 “난 13년 살았다. 그 친구들이 날 이긴 건 그거 하나밖에 없다”며 타인의 장기 결혼 생활을 자신의 이혼과 저울질했다. 또한 “그 대신 난 위대한 이혼을 했다. 이혼해서 그 여자가 잘됐고, 난 화가로 성공했다. 윤여정은 음식도 잘하고 바느질도 잘한다”는 무례한 평가도 서슴지 않았다.

해당 대목이 특히 문제되는 이유는 조영남이 윤여정의 삶을 자신의 가십성 에피소드로 치환하려 한다는 점이다. 과거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을 두고 “바람피우는 남자들에 대한 최고의 한 방”이라고 말했던 궤와 정확히 일치한다.
상대의 빛나는 성과를 마치 자신의 과오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양 포장하는 화법이다. 말끝마다 따라붙는, 반성을 가장한 자기 미화와 책임 회피가 교묘하게 뒤섞인 언사는 시청자를 기만한다.
정작 윤여정이 대중에게 털어놓은 현실은 이토록 가볍지 않았다. 그는 이혼 후 두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배역의 크기를 따질 여유조차 없이 생계형 배우로 뛰어야만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조영남의 입을 거치면 이 안타까운 시간은 얄팍하게 증발한다. 한 번도 싸운 적 없다는 말은 관계의 균열을 은폐하고, “그 여자가 잘됐고 나도 성공했다”는 포장은 상대가 홀로 견뎌낸 피눈물 나는 헌신을 지워버린다. 이혼이라는 상대의 아픔마저 자신의 화제성을 위해 재가공하는 태도는 쿨함이 아니라 명백한 무례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발언을 이른바 예능적 멘트로 포장해 유통하는 방송의 안일함이다. 누군가의 아픈 과거가 토크쇼의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던져지고, 시청자는 그 불편한 광경을 강제로 목격해야 한다. 웃자고 던졌다는 말은 변명이다.
조영남은 또 마이크를 쥐고 전처를 입에 올렸다. 그리고 윤여정은 또다시 원치 않는 화제에 강제 소환됐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이런 낡고 무례한 ‘전처팔이’를 재미로 소비해 줄 생각이 없다. khd9987@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