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등번호 9번에 담긴 야구 철학

“나도 배우러 왔다” 겸손한 각오

장원진 감독 “팀 자체가 달라질 것” 기대

[스포츠서울 | 울산=김민규 기자] “은사님이 야구는 9명이 함께 달리는 거라고 강조하셨다.”

메이저리그(ML)를 누볐던 최지만(35)이 울산 웨일즈 유니폼을 입고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등번호 9번’이다.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그의 야구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27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입단식. 등번호 9번의 이유를 묻자, 그는 “한 자리 숫자를 달아본 적이 없어 한번 달아보고 싶었다”고 웃으며 운을 뗐다. 이어 “어릴 때 은사님께서 ‘야구는 9명이 함께 하는 경기’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 말을 늘 마음에 담고 있다”고 밝혔다.

짧지만 묵직하다. ‘함께 뛰는 스포츠’라는 본질을 짚었다. 최지만은 “프로 선수는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결국 팀이 먼저다. 항상 9명이 함께 뛴다는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9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그런 생각을 함께 가졌으면 좋겠다”며 자연스럽게 ‘팀 야구’의 가치를 강조했다.

태도에서도 같은 방향성이 읽힌다. ML 525경기를 뛴 베테랑이지만, 그는 자신을 낮췄다. “가르치러 온 게 아니다. 나 역시 배우러 왔다”며 “한국 문화와 선후배 관계에 잘 녹아들고 싶다. 팀워크가 돼야 좋은 성적도 나온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역시 몸 상태다. 그는 “건강해지면 수비도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동시에 “감독님과 상의하며 무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급하게 가지 않는다.

사령탑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울산 장원진 감독은 “신생팀이라 팀을 대표할 상징적인 선수가 필요했다. 최지만이 오면서 팀 이미지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그는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만으로도 어린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된다”며 “공백기가 길어도 최지만 정도의 선수라면 금방 경기력을 회복할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결국 이번 만남은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장 감독은 “우리도 필요했고, 선수에게도 팀이 필요했다. 좋은 방향으로 만났다”고 정리했다.

최지만에게 울산은 끝이 아닌 과정이다. 2027 KBO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다시 한국 야구에 뿌리내리기 위한 준비 단계다.

그는 “한국 팬들 앞에서 다시 뛰고 싶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열정을 다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퓨처스리그에도 만원 관중이 들어오는 분위기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등번호 9번. 혼자가 아닌 ‘함께’를 택했다. 최지만의 야구가, 울산에서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까.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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