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개막 전까지만 해도 흥국생명은 ‘언더독’으로 평가받은 팀이었다. 은퇴한 김연경의 공백,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6개월이 지났고, 흥국생명은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를 4위로 마감했다. 시즌 내내 2~3위를 지키다 막바지에 순위를 내주는 그림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실바가 활약한 GS칼텍스 벽을 넘지 못했지만, 봄 배구를 사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다.
시즌 중반, 특히 4라운드 5승 1패로 비상하던 시점엔 ‘요시하라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등장했다. 팀이 현대건설과 2~3위 싸움까지 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의 지도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흥국생명이 시즌 중후반에 도약한 것은 요시하라 감독의 반복된 훈련법이 효과를 봤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요시하라 감독은 비시즌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요구했다. 서브, 리시브, 토스 등 기본기 훈련이 주를 이뤘다. 선수들은 요시하라 감독이 내세운 횟수를 채우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체육관에 살다시피 해야 했다는 후문. 요시하라 매직의 본질엔 결국 땀과 노력이 있었다. 디테일한 분석과 위치 조정, 블로킹 시스템 확보 등도 요시하라 감독이 보여준 역량에 속한다.

다채로운 공격 패턴을 살리기 위해 구조적으로 변화를 준 점도 눈에 띈다. 다른 팀에 비해 외국인 선수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만큼 좌우, 중앙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배구를 했다. 레베카의 공격점유율은 34% 수준이었다. 매 경기 달라지는 아웃사이드 히터 조합으로 봄 배구까지 끌고 갔다는 점은 요시하라 감독의 판단력과 용병술을 가늠하게 한다.
베테랑의 부활을 이끈 점도 눈에 띈다. 1992년생 최은지는 실질적으로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서 에이스 구실을 했다. 시즌 개막 후 들어온 세터 이나연도 주전으로 활약하며 봄 배구 진출을 이끌었다. 뒤늦은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요시하라 감독 지도를 받으며 팀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어린 선수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01년생 김다은은 데뷔 후 가장 많은 기회를 얻어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지만, 후반기엔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김연경 은퇴 후 에이스가 될 것으로 예상한 정윤주는 리시브, 수비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다음시즌 요시하라 감독의 최대 과제는 젊은 두 선수를 살리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다은은 공격력을 더 끌어올려야 하고, 정윤주는 수비를 장착해 장점인 득점력으로 팀에 보탬이 되는 그림이 이상적이다.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할 국내 자원을 더 성장시켜야 ‘요시하라 매직’도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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