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가수 태진아가 중증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 옥경이를 향한 처절한 순애보로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기적은 있다”며 아내를 다독였지만, 혼자 있을 땐 화장실 물소리에 숨어 오열하는 남편의 고백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16일 방송된 TV조선 ‘조선의 사랑꾼’ 설 특집에서는 2년 만에 다시 공개된 태진아·옥경이 부부의 투병 일상이 그려졌다. 2년 전보다 눈에 띄게 악화된 옥경이의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거동이 불가능해 휠체어에 의존해야 했고, 담당의는 “발병 7년 차, 현재는 중증 치매 상태로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놓았다.

태진아는 절망적인 진단 앞에서도 아내에게만은 “많이 나아졌대”라며 선의의 거짓말을 건넸다. 그는 “기적이라는 건 있는 거야 여보”라고 노래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들 이루 역시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 이루는 “치매를 받아들이는 데 3년이 걸렸다”고 고백하며, 모친의 목욕을 직접 돕는 등 간병을 위해 합가를 선택한 사연을 전했다.

태진아의 마지막 승부수는 ‘회상 치료’였다. 그는 아내와의 청춘이 깃든 미국 뉴욕으로 25년 만에 홀로 향했다. 행상을 하며 생계를 잇던 맨해튼 거리부터 장모의 묘역까지, 아내의 기억을 되살릴 영상을 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강인해 보였던 태진아를 무너뜨린 것은 장모의 묘역이었다. 그는 묘비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옥경이 치매 좀 낫게 해달라. 만약 나을 수 없다면 지금 이 상태로만 있게 해달라”며 처절하게 기도했다. 이어 “집에서는 아이들이 걱정할까 봐 울지 못한다.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몰래 울곤 한다”는 속내를 털어놔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행히 남편의 간절한 노력은 작은 기적을 만들었다. 뉴욕 영상을 보던 옥경이가 익숙한 지인의 이름에 반응하고, 수년 만에 자신의 이름이 담긴 노래 ‘옥경이’의 하이라이트를 따라 부른 것. 찰나의 기억이지만 가족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값진 희망의 순간이었다.

치매라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당신을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맹세하는 태진아의 ‘극사실주의’ 사랑법은 이날 전국 시청률 4.1%를 기록하며 설 특집 예능 1위에 올랐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