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고혈압 환자 1000만 명 시대, 제약업계의 시선이 ‘한 알의 미학’으로 쏠리고 있다. 단순히 여러 성분을 섞는 것을 넘어, 각 성분의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한 ‘저용량 복합제’가 2026년 상반기 제약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과거 고혈압 치료가 단일제 용량을 높여가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낮은 용량의 여러 성분’을 조합하는 방식이 대세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고혈압 초기 단계부터 저용량 복합제를 사용하는 것이 단일제 증량보다 혈압 강하 효과가 우수하면서도, 약물 용량 증가에 따른 부작용(부종, 어지러움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오는 3월을 기점으로 신제품을 쏟아내며 2.4조 원 규모의 고혈압 치료제 시장 선점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기존 3제 복합제인 ‘트루셋’의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저용량 라인업인 ‘트윈로우’ 등을 앞세워 시장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탄탄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초기 고혈압 환자들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종근당의 반격도 매섭다. 종근당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텔미누보’ 브랜드의 확장판인 ‘텔미누보 플러스’를 3월 출시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텔미누보 시리즈로만 2028년까지 연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제형 크기를 최소화해 고령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인 것이 핵심 병기다.
여기에 SK케미칼이 가세하며 판이 커졌다. SK케미칼은 최근 식약처 허가를 받은 ‘텔암클로’를 통해 약 5년 만에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 재진입한다. 특히 SK케미칼은 유한양행과의 협력을 통한 위탁생산(CDMO) 전략을 병행하며 생산 효율성과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저용량 복합제 경쟁이 단순한 매출 싸움을 넘어 ‘치료 질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혈압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환자가 약을 거르지 않고 먹게 만드는 ‘복약 순응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저용량 복합제는 부작용 우려를 낮춰 환자들이 심리적 거부감 없이 치료를 지속하게 돕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제약과 대원제약이 손을 잡고 ‘이달디핀’ 등 새로운 조합의 제품을 선보이는 등 공동 판매 및 라인업 확대가 활발하다. 2026년 초, ‘더 가볍지만 더 강력한’ 한 알을 차지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greg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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