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저속노화’라는 키워드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 올린 정희원 서울시 건강총괄관(저속노화연구소 대표)을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스토킹 가해·피해 공방을 넘어, 그를 스타로 만든 핵심 동력이었던 ‘밈과 SNS 콘텐츠’의 실질적 창작 주체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정희원 측이 전 위촉연구원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가운데, A씨는 오히려 자신이 권력관계 속 성적·인격적 침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을 더욱 붙잡은 건, A씨 측이 제기한 또 하나의 주장이다. 바로 정희원을 ‘저속노화 교수’라는 브랜드로 만든 SNS 밈과 콘텐츠 운영이 사실상 A씨의 손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A씨 측은 “정희원 트위터(X) 계정의 밈 기획, 문안 작성, 게시물 업로드를 A씨가 직접 담당했다”며 “대중에게 알려진 ‘저속노화 밈 교수’ 이미지는 피해자의 기획과 운영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희원의 SNS는 의학 정보를 밈과 짤로 풀어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는 방송 출연과 강연, 저서 출간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특히 A씨 측은 현재 7만여 명이 활동 중인 저속노화 커뮤니티 역시 자신이 개설하고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보조 업무가 아니라, 정희원의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한 핵심 실무를 담당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SNS를 직접 운영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교수’라는 정희원의 대표적 서사는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여기에 더해 A씨 측은 정희원 명의로 실린 주요 일간지 칼럼과 저서 <저속노화 마인드셋> 원고 역시 상당 부분 자신이 집필했다고 주장했다. 표절 프로그램 분석 결과 저서와 A씨 원고 간 유사도가 50~60%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저속노화’라는 브랜드 자체가 공동 창작물인지, 혹은 일방적으로 귀속된 결과물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간 정희원은 ‘저속노화’를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독보적 화법과 SNS 감각으로 ‘의사·교수 셀럽’의 대표 사례로 꼽혀왔다. 하지만 스타덤의 배후에 다른 기획자와 운영자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자, 일부 대중 사이에서는 “이미지에 대한 배신감이 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정희원 측은 “본질은 저작권 분쟁이 아니라 사생활을 빌미로 한 공갈과 스토킹”이라며 A씨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초점은 점차 법적 공방을 넘어, ‘저속노화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희원이라는 개인의 학문적 성과와 별개로, SNS 시대에 만들어진 스타 교수의 이미지가 어디까지 개인의 것인지, 혹은 팀과 노동의 결과물인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정희원 교수는 MBC 표준FM ‘정희원의 라디오 쉼표’의 DJ로 방송 중이다.

wsj011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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