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하이=김용일 기자] “이게 팀이구나 생각…많이 배운 레드카드.”

김기동 감독이 ‘믿음’을 바탕으로 그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를 내보내 통쾌한 승리를 따낸 지난 25일 상하이 하이강(중국)전.

오른쪽 풀백으로 풀타임을 뛴 최준에겐 유독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는 직전 경기이던 22일 김천 상무와 K리그1 37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했는데 1-1로 맞선 후반 42분 상대 박철우에게 거친 태클을 범했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했다. 프로 커리어의 첫 레드카드.

공교롭게도 서울은 최준이 그라운드를 떠나고 1분 뒤 김천 박세진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추가 시간엔 박태준에게 쐐기포까지 내주며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패배로 서울은 6위 강원FC에 승점 49 타이를 허용했다. 다득점에서 앞서 5위 자리를 지켰으나 최종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처지에 몰렸다. 이번시즌 5위는 내달 코리아컵 결승에서 전북 현대가 광주FC를 꺾을 경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ACL2) 출전권을 품을 수 있다. 그래서 서울에 뼈아픈 패배였는데, 최준으로서는 크게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란듯이 최준은 상하이 하이강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동아시아 리그 스테이지 5라운드 원정에서 후반 3분 린가드 선제골의 기점이 되는 오른쪽 크로스를 해낸 것을 비롯해 투지 넘치게 뛰며 3-1 완승에 힘을 보탰다.

경기 직후 최준은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김천전) 끝난 뒤 마음이 힘들었다. 퇴장하고 너무 팀에 민폐를 줬다. 나오자마자 우리가 실점했다. 라커룸에 들어가 ‘털썩’ 앉았는데 (추가 실점한) 소리가 들리더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경기 직후 린가드는 내게 ‘퇴장할 수도 있는 게 축구’라고 하더라. (김)진수 형도 ‘그럴 수 있지’라며 아무렇지 않게 대해줬다. 고맙더라. (퇴장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상하이 원정을 잘 준비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상하이는 서울전에 앞서 중국 슈퍼리그 3연패를 달성하는 등 오름세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자기에게 출전 의지를 어필한 선수 등을 앞세웠다. ‘기술보다 정신’을 내세우며 선발진을 구성했다. 오는 30일 전북과 최종전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에 사활을 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준 역시 믿고 내보냈다.

“늘 (선발진) 뒤에 있는 선수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리라고 믿었다”고 말한 최준은 “이런 게 팀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심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배운 게 많다”고 덧붙였다. 또 “퇴장 안 당하며 배우면 더 좋았겠으나 이번에 정말 많이 배웠다. 아무리 이겨야 하는 경기여도 무리하게 하면 안 된다. 경기장에서 상대를 다룰 줄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동료의 도움이 컸다”며 성숙한 모습을 다짐했다.

최준은 전북과 최종전엔 나서지 못하나 상하이 원정을 통해 동료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품었다. 그는 “이번시즌 우리가 좋은 경기한 뒤 다음 경기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엔 다를 것 같다. 남은 전북, 멜버른(ACLE)전까지 마무리를 잘할 것”이라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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