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상하이=김용일 기자] 사흘 전 상암벌에서 나온 야유는 상하이 땅에서 환호로 바뀌었다. “기술보다 정신”을 외치며 ‘배수의 진’을 친 김기동 감독의 모험수가 통했다. FC서울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에서 반전, K리그1 ‘5위 사수’ 전망도 밝혔다.
김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지난 25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SAIC 푸동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5~2026 ACLE 동아시아 리그 스테이지 5라운드 상하이 하이강(중국)과 원정 경기에서 ‘2골1도움’ 대활약을 펼친 주장 린가드의 활약을 앞세워 3-1 완승했다. ACLE에서 2승2무1패(승점 8)를 기록한 서울은 3위로 도약했다.


승리 의미는 매우 크다. 최근 리그에서 부진으로 차기 시즌 ACLE 티켓 확보에 실패한 서울은 5위 자리를 지켜 최소 ACL2 무대를 그리고 있다. 내달 코리아컵 결승에서 ‘K리그1 우승팀’ 전북 현대가 광주FC에 이기면 K리그1 5위가 ACL2에 진출한다. 다만 상하이 원정을 앞두고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 37라운드에서 1-3으로 져 6위 강원FC와 승점 49 타이가 됐다. 오는 30일 리그 최종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처지에 몰렸다. 서울은 부담스러운 전북 원정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서울 팬은 물론 구단 윗선도 김천전 패배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 직전 중국 슈퍼리그 3연패를 달성한 상하이 하이강을 상대로 ACLE 원정 경기를 치러야 했다. 상하이에 온 뒤 김 감독은 선수와 개인 면담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선발 라인업에 최근 공식전을 뛰지 않은 공격수 루카스와 수비수 정태욱 등을 집어넣었다. 김 감독은 “내 방에 찾아와 ‘뛰고 싶다’는 선수가 있더라. 지금은 기술보다 그런 의지가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이런 뜻과 궤를 같이하는 라인업을 구성했다.

루카스, 정태욱만 해도 오랜만에 실전이라 경기 리듬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전반 종반 이후 템포에 녹아들었다. 팀의 에너지는 김천전과 달랐다. 린가드가 3골에 관여했으나 모두 팀 플레이를 거쳤다. 후반 선제골은 최준과 둑스를 거친 완벽한 패스가 디딤돌이 됐다. 이어 루카스가 린가드의 크로스를 헤더 결승골로 연결했다. 막판엔 조영욱, 황도윤의 완벽한 빌드업을 기점으로 린가드가 KO펀치를 날렸다.
김 감독은 “(선발진은) 결과가 안 좋았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을 선택이었으나 잘 해줬다. 전반 끝나고 (루카스 정태욱 등을) 교체했다면 서로 원하지 않는 상황이 나올 수 있었다. 끝까지 믿고 경기를 뛰게 했다”고 말했다. 린가드도 “선수들이 감독에게 뛰고 싶다는 의지를 비쳐 기뻤다. 팀으로 완벽했다. 이런 모습을 보이면 우리는 언제든 골을 넣는다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천전 충격패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믿음의 축구’가 한몫했다. ‘상하이 보약’을 마신 서울은 원 팀이 돼 이번 주말 전주성을 향하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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