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제주SK는 2025시즌 다시 ‘SK시대’를 열어젖혔다. 2006년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20년 만에 SK 명칭을 내세웠다.
‘책임 경영’과 맞닿은 행보다. 구단은 제주에 둥지를 튼 뒤 지속해서 모기업 SK에너지의 지원을 받았으나 기업 명칭이 빠져 홍보·마케팅부터 각종 사업 추진에 실리적 효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만큼 20년 만에 전면에 내세운 SK 명칭은 구단의 혁신과 궤를 같이한다.
그런데 다시 SK시대를 연 올해 끔찍한 상황에 직면했다. 2020년 이후 5년 만에 2부 강등 위기에 놓였다.
리그 잔여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승점 35(9승8무19패)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1위에 매겨져 있다. 한때 아무리 밀려나도 승강 플레이오프 권인 10~11위로 시즌을 마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장기간 최하위에 놓인 대구FC가 최근 6경기 연속 무패(2승4무)를 기록, 승점 32(7승11무18패)를 마크하고 있다. 제주와 승점 3, 한 경기 차이다. 게다가 다득점에서도 제주는 38골이지만 대구는 44골이다. 격차가 크다.

제주와 대구는 공교롭게도 오는 23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1 37라운드에서 격돌한다. ‘외나무다리 대결’이다.
제주는 지난 7월26일 김천 상무 원정 1-3 패배를 시작으로 지난 8일 FC안양전 1-2 패배까지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3무9패)에 그쳤다. 최근 2연패다. 최종전을 앞두고 자력으로 1부 잔류를 확정하려면 반드시 대구를 잡아야 한다. 다만 축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오름세의 대구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다행히 A매치 휴식기에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이 따랐다. 제주의 최대 약점은 이번시즌 내내 반복됐다. 최전방의 골 결정력이다. 지난 9월 말 성적 부진으로 자진해서 물러난 김학범 감독은 시즌 개막 전부터 최전방 리스크를 우려했다. 핵심 골잡이 노릇을 한 유리 조나탄이 동계전지훈련부터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던 게 컸다. 그는 “구단 명칭이 20년 만에 다시 SK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름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포지션에 보강이 더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미비해서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제주는 선수 수급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다시 SK시대를 외쳤지만 그만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다. 내용이 좋아도 마무리가 약했다. 제주는 36경기에서 38골에 머물렀다. 창이 약하면 방패라도 강해야 하는데 무려 52실점했다. 최다 실점 3위에 해당한다. 잔류 경쟁하는 10위 수원FC와 대구가 실점은 제주보다 더 많지만 각각 50골, 44골을 기록했다. 창으로 극복하는 셈이다. 이와 비교해 제주는 공수 모두 힘을 잃고 있다.
김정수 대행 체제에서 치른 6경기에서도 단 8골을 넣고 13실점 했다. 최다 실점이다. 특히 이 기간 전체 슛 수 2위(92개), 유효 슛 2위(31개)를 기록할 정도로 공격진에서 상대를 여러 번 두드렸다. 그런데 골 결정력이 지독하리만큼 떨어진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묘책이 필요하다. 대구전에 나오지 않으면 벼랑 끝에 설 수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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