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2024년 12월 3일 밤, 국회 앞은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렸던 그날,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본청을 둘러싼 계엄군 앞으로 한 남자가 다가섰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장병들을 향해 말했다.
“나는 707 선배다. 너희도 명령받아 온 것 아는데, 진정해야 한다. 아무리 누가 너희에게 명령을 했더라도, 너무 몸 쓰고 막지 마라. 너희도 다 판단할 거라고 믿는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 중사 출신의 배우 이관훈이었다.
이관훈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업무 미팅을 마치고 귀가하려던 중 ‘특전사 투입’ 소식에 발이 떨어지지 않아 현장으로 향했다.
이관훈에게 707 부대원들은 곧 자신의 후배들이었기 때문이다. “특전사의 전투력이 얼마나 강한지, 그들이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잘 알기에 걱정됐다”는 것이 현장으로 달려간 이유였다.
이관훈은 국회로 향하면서도 ‘내가 가는 게 맞나?’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국회가 가까워질수록 눈앞에 혼란스러운 현장이 보이자 망설임은 이내 사라졌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과 단호하면서도 절절한 호소는 당시 긴박했던 현장을 대변하는 결정적 순간으로 기록됐다.
다만, 이관훈은 해당 사건 이후 일부 악플러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무명 배우가 뜨려고 어그로를 끌었다”는 식의 악성 댓글이었다. 이관훈은 “저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만약 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다.
이관훈의 이러한 용기 있는 행동의 보상은 바로 딸의 “아빠가 자랑스럽다”는 한마디였다. “딸이 ‘위험한데 왜 갔냐’면서 ‘내 생각 안했어?’라고 묻더라고요. ‘생각났지만, 그래도 가야지’라고 설명해줬어요. 딸이 절 자랑스러워할 때 뭉클하고 기뻤어요. 얼마 전에 ‘폭군의 셰프’에 출연하면서는 친구들한테도 자랑하더라고요, 하하.”

2007년 드라마 ‘대조영’으로 데뷔한 19년차 베테랑 배우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는 제산대군의 호위무사 덕출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그간 그의 필모그래피는 주로 사극 속 묵직한 카리스마의 캐릭터로 채워져 있다. 실제로도 출중한 승마 및 액션 실력을 겸비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 이관훈의 연기 인생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시작은 TV조선 ‘다음생은 없으니까’다. 사극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금껏 보여주지 못했던 이관훈의 새로운 얼굴을 시청자들 앞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 실제로 만난 이관훈의 인상은 이국적인 외모가 도드라졌으며, 눈빛에서는 강렬한 깊이가 느껴졌다.
특히 내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들쥐’는 이관훈을 다시 설레게 만든 작품이자, 그의 배우 인생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유도선수 출신의 형사 역할을 맡아 체중도 100kg 넘게 증량하는 등 파격적인 몰입을 시도했다. 이관훈은 “‘들쥐’를 통해 연기가 다시 재미있어졌다”며 “‘그래 이거지! 이걸 하고 싶었어’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원초적인 카타르시스. 이것이 이관훈이 지금까지 배우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릴 수 있는 이유다. 작품이 없을 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기도 하지만, 연기가 주는 순수한 매력이 그를 앞으로도 배우의 이름으로 살게 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의 눈빛처럼 이관훈이 가진 연기의 밀도도 아직 전부 보여주진 못했다. “인생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라고 꼽고, 특전사 생활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하는 목소리의 공통점은 순수함이었다.
“연기를 하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요. 현장 스태프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고요. 촬영장 갈 때 기분이 참 좋아요. 가서 어떻게 연기할까 그 생각에 항상 설렙니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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