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누군가 말했다. “가장 완벽한 것은 포르쉐의 이름이 붙은 SUV”라고. 그리고 이제, 그 명제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다. 완전한 전기차로 돌아온 포르쉐 마칸 4를 마주한 순간, 귓가에는 에스파(aespa)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이 울려 퍼졌다. “It‘s on the Next Level”이라는 가사는 이 차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듯했다. 내연기관 마칸의 익숙함을 벗어던지고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PPE) 위에서 다시 태어난 마칸 4는, 단순한 전동화가 아닌 ’또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있었다.
#1. ‘광야’를 가로지르는 듯한 정숙함과 강력함의 공존


시동 버튼을 누르고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첫 번째 ‘Next Level’이 찾아왔다. 2.4톤에 육박하는 덩치는 온데간데없다.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정숙함은 마치 현실의 번잡함을 벗어나 ‘광야(KWANGYA)’로 진입하는 듯한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노멀 모드에서의 주행은 더없이 부드럽고 차분하다. 전기차 특유의 이질적인 회생 제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내연기관의 엔진 브레이크처럼 자연스럽게 감속되는 세팅은, 운전자에게 전기차에 대한 학습 없이도 완벽한 포르쉐의 감각을 선사하려는 배려가 돋보인다. 하지만 이 차가 마냥 ‘순한 양’은 아니었다.
#2. ‘I’m on the Next Level‘을 외치는 듯한 역동성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스포츠 플러스’로 돌리는 순간, 마칸 4는 에스파의 곡조가 급변하는 듯한 반전 매력을 뿜어냈다. “I‘m on the Next Level, Yeah”라는 가사가 절로 떠오른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지고,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을 움켜쥐듯 단단해진다. 런치 컨트롤 활성화 시 408마력에 달하는 폭발적인 힘은 5.2초 만에 100km/h를 돌파하며 2.4톤의 공차중량을 무색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코너링 성능이다. 옵션으로 적용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저속에서는 회전 반경을 극적으로 줄여 유턴과 주차를 손쉽게 만들고, 고속에서는 차선 변경 시 마치 레일 위를 달리듯 압도적인 안정감을 선사한다. SUV의 전형적인 거동을 완전히 뛰어넘어, 마치 스포츠 세단이나 키 큰 해치백을 모는 듯한 ’Next Level‘의 움직임이었다. 이 정도면 코너의 한계가 어딘지 궁금해질 정도다.
#3. ‘EYEZ ON ME’ 시선 강탈, 미래 기술이 빚어낸 ‘환영’


실내로 들어서면 또 한 번 ‘Next Level’의 비주얼 쇼크를 경험한다. 12.6인치 커브드 디지털 계기판과 10.9인치 중앙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그리고 옵션으로 추가 가능한 10.9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까지, 최대 3개의 스크린이 운전자를 감싸 안는다. 타이칸, 신형 파나메라를 통해 익숙해진 포르쉐의 최신 인테리어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사용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가장 압권은 단연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였다. 시야 약 10m 전방에 87인치 크기로 투영되는 내비게이션 화살표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정보는 마치 게임 속 UI처럼 실제 도로 위에 겹쳐 보였다.
차선을 이탈하려 하면 실제 차선 위에 경고 메시지가 뜬다. 목적지 방향으로 우회전을 해야 할 때는 도로 위에 거대한 화살표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또 다른 차원의 현실’을 운전자의 눈앞에 펼쳐놓는 경험이었다. “EYEZ ON ME”라는 가사처럼, 이 마법 같은 기술은 운전자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4. 800V의 ‘초고속 접속’으로 이어진 ‘Next Level’의 여정






마칸 4는 단순히 빠르고 똑똑한 차가 아니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최대 270kW의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100kWh에 달하는 배터리는 10%에서 80%까지 단 21분 만에 ‘초고속 접속’이 가능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Next Level’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포르쉐 마칸 4는 전기차 시대의 서막을 열었던 타이칸에 이어, 이제 대중적인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We are on the Next Level”이라는 에스파의 마지막 가사처럼, 마칸 4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미래 모빌리티의 ‘다음 레벨’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전기차 포르쉐는 이질적일 것이라는 편견은 옛말이 되었다. 이제 마칸 4와 함께, 또 다른 차원의 드라이빙 경험을 맞이할 시간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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