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 고현정이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서 연쇄살인마 정이신으로 변모하며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고현정은 지난 5일 첫 방송된 ‘사마귀’에서 20여 년 전 다섯 명의 남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마이자, 형사 차수열(장동윤 분)의 어머니로 등장했다.
극은 수감 중인 정이신이 모방 살인 사건을 계기로 아들과 공조 수사를 벌이는 서사로 전개된다. 고현정은 이 캐릭터를 외형적 매혹이 아닌 ‘부재’의 감정으로 구축했다. 검버섯과 주름을 더한 분장, 화장을 최소화한 무채색 얼굴은 곧 캐릭터의 선언이 되었다.
그의 연기는 첫 회부터 긴장을 견인했다. 차갑고 무심한 눈빛은 살인을 언급할 때마다 흔들렸고, 낮게 깔린 호흡은 섬뜩한 울림으로 변주됐다.
특히 “피 냄새, 난 좋아. 네가 세상에 태어나던 그때 나던 냄새잖니”라는 대사는 모성과 살인이라는 상반된 결을 동시에 드러내며 서사의 밀도를 높였다.
모방범 서구완(이태구 분)을 집요하게 추궁하다 목을 조르는 장면은 단순한 폭력 묘사를 넘어, 연쇄살인마의 본능과 집착을 고현정 특유의 리듬으로 그려낸 순간이었다. 이어 나뭇잎을 꺼내들며 지은 의미심장한 미소는 ‘사마귀’가 가진 불가해한 상징성을 극대화하며 다음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

무엇보다 고현정의 귀환 방식이 눈길을 끈다. 상업적 흥행을 보장하기 어려운 극단적 캐릭터를 택했음에도, 그는 화려한 미학 대신 무표정의 서늘함을, 권력자의 카리스마 대신 불안정한 심리를 정밀하게 해부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 결과 ‘사마귀’는 전국 7.1%, 수도권 7.3%의 시청률로 단숨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1·2회에서 이미 강렬한 엔딩을 선보이며 호평을 이어갔다.
20여 년 전 ‘국민 여배우’로 불리던 고현정은 이제 ‘국민 살인마’라는 낯선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귀환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현정 주연 ‘사마귀’는 매주 금요일, 토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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