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SBS 간판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게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그동안 미혼 남성들의 일상을 어머니의 눈길로 비추며 사랑받아온 ‘미운 우리 새끼’는 이제 주축 멤버들이 잇달아 결혼을 알리면서 기획 의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가장 최근 결혼 소식을 전한 이는 김종국이다. 그는 팬카페에 “저 장가갑니다. 데뷔 30주년에 앨범은 못 냈지만 반쪽은 만들었다”며 직접 결혼을 발표했다. 당시 김종국은 “많이 늦었지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잘 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지난 4월 이상민이 연하의 비연예인과 재혼했고, 김준호도 동료 코미디언 김지민과 부부가 되면서 축하를 받았다.
방송에서는 이들의 신혼집 준비와 새로운 일상이 일부 공개되기도 했다. 시청자에게는 흥미로운 장면이지만, 동시에 ‘철없는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이라는 프로그램 설정과는 어긋나는 장면으로도 남았다.

세 사람은 ‘미운 우리 새끼’를 지금까지 끌고 온 중심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방송사 입장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캐릭터와 이미지 때문에 이들을 대체한다는 건 출연자 교체를 넘어 프로그램의 기초를 흔드는 결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을 외면하면 시청자들이 더 이상 ‘싱글 남성 관찰 예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포맷은 그대로지만 정체성이 희미해진다. ‘엄마의 시선’이라는 설정도 의미가 변질될 수 있다.
이러한 행보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와 비교된다. ‘나 혼자 산다’의 경우, 기혼자들이 모두 하차했다. 싱글 라이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결혼한 출연자들이 자연스럽게 하차하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지켜왔다. 최근 결혼을 발표한 팜유 멤버 이장우도 하차를 예고한 상황이다.
‘미운 우리 새끼’가 직면한 과제는 분명하다. 익숙한 얼굴에만 의지할 게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미운 우리 새끼’ 출연자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건 일종의 캐릭터쇼에 가깝다. 각자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티키타카가 프로그램의 핵심인데, 고정 멤버를 빼는 건 제작진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평론가는 “결혼이라는 지점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그러나 시청자들이 이미 원래의 색이 흐려졌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신호다. 지금 같은 방식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보일 수 있다. 절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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