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웹툰이 실사 콘텐츠의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작품들만 봐도 실사화된 다수의 IP가 눈에 띄며, 원작과 실사의 동시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NA와 티빙을 통해 공개된 ‘아이쇼핑’은 최근 그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다. 해당 작품은 아이를 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해 죽음으로 내모는 잔혹한 시스템을 배경으로 한다.
공개 직후, 잔혹한 설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서사는 시청자들의 강한 반응을 끌어냈고 원작 웹툰의 조회 수와 매출 역시 수십 배 증가했다.
디즈니+가 선보인 ‘파인: 촌뜨기들’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다. 외지인들이 몰려든 시골 마을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과, 그에 휘말린 주민들의 긴장감 어린 심리가 중심 서사다.
작품은 미스터리 장르의 고유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적인 배경과 정서를 섬세하게 녹여냈다. 공개 이후 원작 웹툰의 조회 수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하며 실사화 효과가 확인됐다.

극장가에서는 ‘전지적 독자 시점’과 ‘좀비딸’이 각각 개봉 전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평범한 회사원 김독자가 자신이 읽던 웹소설의 세계가 현실로 펼쳐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웹소설과 웹툰 모두에서 이미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었던 만큼, 영화 개봉 이후 원작 독자층의 재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좀비딸’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춘기 딸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정환은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하고, 유쾌하면서도 절절한 부성애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다.
가족의 정의와 생존 본능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캐릭터의 서사가 독특한 감정선을 형성하며, 실사화 이전부터 쌓아온 팬층의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제작 관계자는 “익숙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강한 흡입력과 캐릭터에 대한 사전 이해도는 영상화 과정에서 안정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넷플릭스를 통해 실사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으며, 주인공 역은 배우 변우석이 맡았다.
로맨스 장르에서도 실사화가 확대되고 있다. ‘하렘의 남자들’ ‘재혼황후’ 등의 웹툰은 각각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며 원작 팬덤을 중심으로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 밖에도 ‘취사병 전설이 되다’ ‘고래별’ 등 다양한 장르의 웹툰이 실사화 단계에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갈수록 웹툰,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는 많아질 것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웹툰, 웹소설 지적재산권(IP)를 경쟁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작이 성공했다고 해서 드라마도 성공하진 않는다. 골수팬의 응원을 받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드라마만의 고유한 또다른 재미를 넣어 변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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