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법 뿐이다. 배우 이정은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아직은 이른 나이임에도 할머니 역할을 받아들였다. 비교적 어린 할머니라, 힙하다.

이정은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영화 ‘좀비딸’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제법 귀엽고 깜찍한 할머니 아니었나”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윤창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 분)를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 정환(조정석 분)의 코믹 드라마다.

이정은은 정환의 엄마이자 수아의 할머니 밤순 역을 맡았다. 앞서 인기 뮤지컬 ‘빨래’에서 주인 할머니 배역을 맡았던 이정은이 스크린으로 역할을 옮긴 것. 1969년생으로, 올해 55세가 된 이정은은 이번엔 조정석의 엄마이자 최유리의 할머니가 됐다. 통통 튀는 ‘힙’한 할머니 밤순으로 변신한 이정은은 “감독님에겐 다 큰 계획이 있었다”고 필감성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좀비딸’ 연출을 맡은 필감성 감독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등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스크린에 발을 디딘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정은 역시 “필감성 감독님이 ‘피감성’”이라고 농담했다. 이어 “장르물을 엄청 잘 찍는다. 그런 감독님이 코미디가 섞인 좀비물은 어떻게 찍으실지 궁금했다. 공포 속에 넣은 코미디라는 점에서 장르적인 특성을 잃지 않은 것 같았다”고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필감성 감독의 안목과 이정은의 노력이 만나 탄생한 밤순은 은동리의 터줏대감이자 어린 감성을 지난 할머니다. 수아가 놀이공원에 가기 전 가수 선미의 메이크업을 해주고, 마을회관에선 그룹 2NE1의 곡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열창한다.

이정은은 “‘운수 오진 날’을 할 때 ‘좀비딸’ 대본을 주셨다. 칠곡 할머니들이 출연한 다큐멘터리와 레퍼런스를 주셨는데 거기에 어머니들의 근거 있는 ‘힙’함이 있더라”고 감탄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정은 표 ‘힙머니’가 탄생했다. 쪽진 머리에 꽃무늬 조끼를 입은 전형적인 할머니 외관에 K 손가락 하트를 선보인다. 이정은은 “제가 머리를 넘기면 얼굴이 동그스름하다. 환한 달덩이 같이 나왔다. 이런 머리를 할 때마다 ‘귀엽다’는 말을 듣는 거 보니까 좀 괜찮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아들 정환을 연기한 조정석은 1980년생으로, 이정은과 나이 차이는 고작 11살 차이다. 이미 할머니 연기 경험이 있지만 다소 부담감이 생겼을 법하다. 이정은은 “제 나이가 쉰 중반을 넘어가지 않냐. 근데 나문희 선생님도, 김수미 선생님도 제 나이 때 이미 할머니 역할을 하셨다”며 “틈새시장을 노려서 이 역할, 저 역할 많이 하고 있는데 저에게 이 배역이 온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다가오는 배역을 막지 않았다. 덕분에 이정은 표 ‘힙’한 할머니가 탄생할 수 있었다. 여기엔 전작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속 20대 연기가 경험이 됐다. 이정은은 “그때 20대를 관통하는 연기를 하고 나니까 너무 지치더라. 제가 20살을 만드느라 너무 노력했던 것 같다”며 “밤순 역할도 제 연배는 아니다. 하지만 저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역할이 오는 건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작품이 좋다면 도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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