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노재원이 마침내 ‘오징어 게임3’ 남규를 떠나보냈다. 사랑했던 만큼 캐릭터를 벗어나는 것보다 놓아주는 것이 더 힘든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동료들에게 의지하고, 스스로 털어내며 버텼다.

노재원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3’에 대해 “남규를 보내고 나서 마음에 구멍이 뚫렸다”고 털어놨다.

‘오징어 게임3’는 반란 이후 가장 친한 친구(이서환 분)를 잃은 기훈과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담은 이야기다. 시리즈의 피날레를 담은 시즌으로, 지난달 27일 전 회차 공개됐다.

노재원이 연기한 124번 참가자 김남규는 타노스(탑, 최승현 분)의 부하 중 한 명으로, 그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을 지닌 인물이다. “내가 최고야!”라고 외치고 싶지만 결국 타노스에게 가려지며 내면이 곪아가는 복합적인 감정선을 갖고 있다.

노재원은 그런 남규에 대해 “스스로가 가장 멋있고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타노스보다 더 타노스가 되고 싶었던 인물”이라며 “민수(이다윗 분)를 얕잡아보면서도 기분이 나빴던 건 이 친구도 저를 싫어하고, 무시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입체적인 인물이지만 결국 남규가 악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타노스의 죽음 이후 억눌렸던 열등감이 폭발한 남규는 술래잡기에서 게임처럼 사람을 죽여나간다. 여기에 ‘마약’이라는 소재까지 더해져 남규의 감정선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린다.

매 회차 날뛰는 남규를 체화(體化)해야 했던 노재원은 “촬영이 끝나고 마음에 구멍이 뚫렸다. 이렇게 고민하고 어려워했던 인물은 처음이다. 고민거리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욱 공허했다”며 “작품이 끝나고 남규를 벗어나는 게 힘든 것이 아니라 놔줘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노재원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선 오랜 공무원 시험 준비로 망상장애를 앓게 된 서한 역을, ‘살인자ㅇ난감’에선 가스라이팅 데이트 폭력남 상민 역 등을 연기하며 극과 극을 오가는 필모그래피를 보여줬다.

감정 소비가 큰 인물들인 만큼 이를 벗어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노재원은 “사실 캐릭터 자체에서 벗어나는 게 어렵진 않다. 다만 그 인물을 놔줘야 할 때가 힘든 것 같다. 온 마음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한 인물들은 작품이 끝나면 공허함이 밀려온다”며 “아직도 서한을 생각하면 그 당시의 제 마음이 생각나서 쓰리고, 아프다”고 고백했다.

노재원은 그야말로 온 마음을 다해 연기했다. 그러니 남규를 떠나보낼 때 후련함과 동시에 섭섭함이 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노재원은 “촬영 당시 남규는 저의 전부였다. 하나의 역할을 떠나서 저 스스로 마음에 드는 인물이었다. 동시에 재밌게 표현하고 싶은 도전 의식이 있었다”며 “일상에서 해보지 못한 연기를 마음껏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도전이 있었다. 그걸 조금씩 해내는 제 모습이 그때 당시엔 저의 전부였다. 그 시기 모든 것들이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온전히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배 배우들의 도움도 컸다. 노재원은 “꼭 말씀드리고 싶은 일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느 날 제가 특정신이 너무 아쉬워서 속상해하고 있는데 양동근 선배가 자차로 저를 드라이브시켜주신 적이 있다. ‘오늘 축하할 일이 있었다던데요? 본인 연기가 아쉬웠다는 게 얼마나 축하할 일이에요’라고 하시더라”며 “저에게 ‘그건 황금이에요. 저는 이제 제 연기가 아쉽지 않거든요’라고 하시더라. 그 위로 방식이 저에겐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털어놨다.

타노스 역으로 출연한 최승현도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1993년생인 노재원에게 빅뱅은 그야말로 그 시절 우리들의 우상이었다. 노재원은 “‘빅뱅’으로 안 보려고 노력했다. 그냥 ‘최승현’이라는 사람으로 바라보려고 했다”며 “타노스를 정말 애정하더라.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면서 스스로 재밌어하더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저에겐 자극으로 다가왔다. 그 형이 없었다면 이런 남규로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물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스스로 입히는 과정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숱한 고민을 비롯해 연기적 기술도 따라줘야 한다. 노재원이 기억하는 어느 날의 양동근식 위로와 자극제였던 최승현처럼 동료 배우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노재원 “사실 작업하면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 동시에 희열도 엄청나다. 제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 때 굉장히 기쁘다”며 “어쩔 땐 저의 고민이 음악 하나로 해결될 때도 있고, 부모님의 말 한마디로 해결될 때가 있다. 인간관계나 길을 지나가면서 발견한 것들로 해결될 때도 있다. 그걸 끊임없이 고민해나가는 것이 배우로서 저의 숙명이자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재원은 “제가 2020년 영화 ‘드라이빙 스쿨’로 데뷔하고 지금까지 감지덕지한 일들만 있었다”며 “저는 늘 온 마음을 다해서 연기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저만 아는 배우가 아니라 주변을 바라보면서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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