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노재원이 ‘오징어 게임3’로 자신의 새 얼굴을 발견했다. 화면 속 자신의 얼굴에 거부반응이 일어날 정도였다. 하지만 새롭고 낯선 일은 언제나 짜릿함을 동반한다. 그렇게 노재원은 자신의 캐릭터와 ‘사랑을 했다’.
노재원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3’ 공개 기념 인터뷰에서 “스스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피날레 소감을 전했다.
‘오징어 게임3’는 지난해 말 공개된 시즌2의 후일담을 담은 최종장이다. 반란 이후 가장 친한 친구(이서환 분)를 잃은 기훈과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렸다.

노재원은 시즌2부터 124번 참가자 김남규 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오디션을 통해 ‘오징어 게임’ 세계관에 합류했다는 노재원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대사가 과연 몇 마디나 있을까 싶었다”며 “대면 오디션을 한차례 봤는데 호아킨 피닉스 ‘조커’의 한 장면과 다른 연기, 지정 대사 등을 보여드렸다. 여러 대사를 보여드렸다보니 어떤 특정 역할일지 가늠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노재원에게 주어진 인물은 김남규였다. 김남규는 단순 빌런이라기엔 조금 더 복합적인 인물이다. 타노스(탑, 최승현 분)을 따라다니는 추종자 중 한 명이지만 그 내면은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타노스 앞에선 누구보다 굽신거리지만 자신보다 약자인 민수(이다윗 분)를 누구보다 깔보는 ‘강약약강’의 표본이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노재원은 자신의 자취방 벽을 포스트잇으로 채웠다. 스스로 용기를 위한 주문이었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을 거쳐왔으나 이 정도의 부담감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당시 노재원은 ‘패기’ ‘기세’ ‘이거 망한다고 세상이 망하진 않는다’ ‘찐이다!’ 등의 글귀를 붙여놨다고. 그다음은 공감이었다. 남규의 입장에서 남규를 이해해야 했다.
노재원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저만의 스토리가 제일 중요했다. 그래야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모든 연기의 실마리는 제 안에서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연기에 대한 확신이 들더라. 하지만 사실 매번 그렇게 연기하기 쉽지 않다. 요즘은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담감은 곧 설렘으로 바뀌었다. 가벼워진 어깨와 넓어진 시야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자기 모습을 보여줬다. 노재원은 “남규가 화장실에서 사람을 죽이는 장면에서 ‘나 왜 이렇게 표정이 이상하지?’ 싶을 정도로 거부반응이 있었다”며 “감독님은 ‘처키’ 같다고 하시더라. 저한테는 없던 모습이었다. 그 신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털어놨다.
남규의 감정선은 타노스 죽음 전후로 급변한다. 타노스에게 억눌려있던 남규는 시즌3에 접어들며 폭주한다. 타노스의 약을 차지한 남규는 억눌려있던 열등감을 광기로 탈바꿈한다. 노재원은 “황동혁 감독님이 초반부에선 타노스를 받쳐줘야 하니까 활개를 치면 안 된다고 하셨다. 남규는 변화가 중요한 인물이었다. 타노스가 죽고 나서부턴 제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셨다”고 이야기했다.
타노스를 벗어난 남규는 마음껏 날뛰었다. 이는 화면 속 노재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술래잡기에서 다른 참가자를 죽여야 하는 술래가 된 남규는 타노스의 랩 가사를 이용해 “팔로우 미, 지구인 절반 죽이러 가자. 야호!”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는 즉석에서 만들어진 장면이다. 노재원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소리 지를 생각은 못 했는데 그렇게 되더라”며 “신남과 흥분이 느껴졌다. 남규가 잔인하고, 인간답지 않은 행동을 이어 나가는데 이걸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땐 살인이 아니라 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화제의 장면 ‘사랑을 했다’는 오히려 고민이 필요했다. 명기(임시완 분)와 살인을 시작한 남규는 아이콘의 곡 ‘사랑을 했다’를 흥얼거리며 한껏 흥분한다. 당초 지문엔 ‘사랑 노래를 흥얼거린다’였으나 황 감독의 의견으로 멜로디가 단조롭고 반복이 쉬운 ‘사랑을 했다’가 선택됐다.
노재원은 “노래방에서 별의별 이상한 짓도 해보고, 연습실에서도 해봤다. 스스로 ‘이게 맞나’ 싶었다”며 “막상 작품이 나오고 나니까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시면서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감사함이 있었다”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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