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칭찬의 크기가 파도와 같아요.”

딱히 구설수 없이, 늘 사랑받던 배우 박보영이 놀랐다. 가슴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강렬한 워딩의 칭찬이 많아서다. tvN ‘미지의 서울’의 1인 2역에 대한 주위의 평이 그렇다. ‘뽀블리’란 말의 주인공답게, 매번 사랑스러울 뿐 아니라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색다른 도전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풀어왔던 터라 호평이 잦았음에도, 이번 반응은 하늘 위를 날게 하는 수준이다.

박보영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평가가 좋을 때가 많았고, 칭찬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파도처럼 밀려온다. 정말 멋진 표현이 거세게 밀려왔다. 매번 최선을 다했는데, 이번 반응은 온도가 다르다.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박보영의 ‘인생캐’(배우 커리어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tvN ‘오 나의 귀신님’(2015)을 뛰어넘었다는 의견이다. ‘미지의 서울’의 밝고 까불거리는 유미지와 늘 차분하고 침착한 유미래 모두 인생캐란 말이 나온다. 두 캐릭터를 교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술적인 면도 최고라는 평가다. 이러한 반응이 나오기까지, 박보영의 고된 노력이 있었다.

“1인2역이 힘들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힘들었어요. 동선이나 액션, 리액션을 모두 고려해야 해요. 저를 대신해주는 대역 배우와 호흡도 잘 맞아야해요. 중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도 고칠 수 없어요. 다 뒤집어야 하거든요. 몇 번의 시행착오 뒤에 신에 대한 설계를 깊게 했어요. 저는 원래 계산하고 연기하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 계획을 제대로 세웠죠. 안 하던 걸 하려니까 힘들었어요.”

1인 4역이란 말이 나왔다. 원래 미지와 미래, 미래가 된 미지, 미지가 된 미래까지 표현해야 했다. 그나마 미지가 된 미래는 별다른 액션이 덜해 그나마 나은 정도지만, 그럼에도 1인 3역이다. 게다가 일상 생활에서 극적인 변화가 덜한 상태에서 슬그머니 인물의 차이를 전달해야 했다. 어려운 미션이었음에도, 잘 해냈다. 더불어 보편적인 인간의 면모조차 두 인물에 적절히 배합했다. 차원이 다른 수준의 연기였다.

“제가 어느덧 데뷔 19년차더라고요.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첫 촬영날 떨리고 무서웠는데, 이제는 기분 좋은 긴장감정도가 되더라고요. ‘미지의 서울’은 특히 덜 떨렸어요. 이제 카메라가 보이는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다보니 캐릭터 연기를 넘어 인간이 할 수 있는 상황에 맞는 행동도 넣게 되는 것 같아요. 뭐든 이강 작가님 대본 덕분인 것 같기도 해요. 글이 워낙 좋았잖아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비롯해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멜로무비’ tvN ‘미지의 서울’까지, 박보영의 필모그래피엔 ‘변신’과 ‘도전’이 보인다. 그간 해보지 않았던 길을 거침없이 헤집고 다니고 있다. 덕분에 대중은 매번 새로운 박보영과 만나게 된다.

“드라마도 영화도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제가 주특기가 있는 건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그런 면만 보면 질리지 않을까요? 조금씩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려는 계산이 있었어요. 그 변화가 이번에 제대로 터진 것 같기도 하고요. 디즈니+ ‘골드랜드’ 촬영 중인데, 제가 맡은 희주라는 친구는 더 우울해요. 정말 우울해요. 또 다를 거예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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