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슈 중 하나, 지난 13일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체결한 탈화석에너지 전환 협약이다. 유엔 기후총회 30년만의 성과로 1.5도를 명시한 파리협약(COP21)에 이은 지구 규모의 약속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첫번째 체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

비록 중동 산유국의 알력과 개발도상국의 반발로 ‘단계적 퇴출’이 아닌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으로 합의했지만,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는 이제 가까운 미래가 아닌 현실임을 느끼게 한다. 최종합의안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는 약속도 포함하는데 이는 석유, 석탄, 가스 등 탄소에너지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대체한다는 의미다.

합의문 발표후,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진일보한 것이며 각국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을 대표한다”고 했고 유럽연합 기후 담당 집행위원 웁케 호크스트라는 “30년 동안 화석 연료 문제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역사적인 성과”라고 찬사했다.

영국의 기후 장관 그레이엄 스튜어트는 “화석 연료 시대 종말의 시작”이라고 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좋든 싫든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피할 수 없다. 다만 이것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건, 석유 부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번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것. 또한 COP28 의장인 술탄 알자베르는 UAE 산업부 장관이며, 동시에 아부다비 석유 대기업 아드녹의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즉 지구 온난와의 주범이 탈화석 에너지전환에 앞장선 모양새다.

사실 중동국가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확장에 뛰어들었다. 예를 들어 세계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전력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수립해 진행중이다. 물보다 석유가 더 싼 나라에서 이미 구체적으로 탄소 에너지 이후의 시대를 맹렬히 준비하는 상황이다.

사우디의 우스개소리로 ‘나는 벤츠를 몰고 있고, 나의 아들은 자가용 비행기를 몰고 다닌다. 그러나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지구 석유매장량의 1/4을 보유한 나라의 엄살 같기는 하지만, 화석에너지의 한계와 제한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그만큼 탄소 제로는 인류 생존을 위해 피할수 없는 선택이다. 사우디 정부가 무려 1조 달러를 투입하는 170km 더 라인 프로젝트(일자형 도시)도 그 고민의 연장선이다.

향후 화석에너지 전쟁은 중동의 기존 생산량 유지 및 미국 셰일업계와의 힘겨루기로 계속 진행되겠지만, 다른 한쪽에선 재생에너지 전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그런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에 1인당 탄소배출량 2위의 불명예 국가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거꾸로 발걸음이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