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예상한 것 이상의 초대형 계약이다. 한국 야구의 아이콘 이정후(25)가 KBO리그 선수 최초로 계약 규모 1억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코리안 빅리거 계약 규모로 놓고 봐도 2013년 겨울 텍사스와 추신수가 기록한 7년 1억3000만달러에 이은 2위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은 13일(한국시간)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1483억69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정후를 두고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3파전이 진행됐는데 승자는 샌프란시스코가 됐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돔을 찾아 이정후를 바라봤다. 보통은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 팀이나 스카우트 팀장급이 방문하는데 샌프란시스코는 이례적으로 단장이 직접 한국땅을 밟았다. 이정후가 키움 팬과 당분간 이별하는 마지막 타석을 소화했을 때도 푸틸라 단장은 기립 박수를 보낸 바 있다.

이로써 이정후는 2019년 겨울 류현진과 토론토가 맺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뛰어 넘었다. 아직 빅리그에서 한 타석도 들어서지 않았음에도 사이영상 경쟁을 했던 류현진보다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4년 후 옵트아웃 조항이 있어 앞으로 빅리그에서 맹활약한다면 2027시즌 후 더 큰 규모의 계약도 가능하다.

이정후가 빅딜을 맺음에 따라 키움 또한 대박이 터졌다. 포스팅 계산법에 따르면 이정후가 계약기간 6년을 다 채웠을 때 키움은 약 247억원을 샌프란시스코 구단으로부터 받는다.

포스팅 계산법은 계약 규모에 비례한다. 계약 규모 5000만 달러 이상 계약시 첫 2500만 달러의 20%(500만 달러)+다음 2500만 달러의 17.5%(437만5000달러)+5000만 달러 이상 분의 15%다. 여기에 1억1300만 달러를 대입하면 이정후의 포스팅비는 1882만 5000달러(500만 달러+437만 5000달러+945만 달러: 한화 약 247억원)다. 키움은 1년 구단 운영비를 이정후를 통해 벌게 됐다.

행선지는 샌프란시스코가 유력해 보였으나 계약 규모가 이렇게 클 줄을 몰랐다. 현지 언론 또한 이정후를 두고 FA 시장 개장 초기인 11월초에는 4년 5600만 달러, 그리고 12일에는 6년 9000만 달러로 점점 가치를 높게 봤는데, 1억 달러 돌파는 예측하지 못했다.

빅리그 스카우트들은 이정후를 두고 최고 무대에서도 통할 정교한 콘택트 능력과 중간 이상의 주루 능력, 그리고 중견수로서 평균 이상의 수비를 펼친다고 분석했다. FA 시장에서 코디 벨린저와 함께 외야수 최대어로 꼽혔고 벨린저보다 먼저 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완성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7시즌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69도루 515타점 581득점 OPS 0.898. 2017년 입단 후 2022년까지 기록이 꾸준히 우상향했고, 2022년에는 142경기 타율 0.349 23홈런 5도루 113타점 85득점 OPS 0.996으로 MVP를 수상했다.

일찍이 한국 무대를 평정했고 이미 아메리칸 드림도 이뤘다. 이정후는 내년 2월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빅리그 데뷔 시즌을 준비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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