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여주=장강훈기자] “기억에 남는 대회를 만들고 싶다.”

‘한국산 탱크’ 최경주(53·SK텔레콤)는 ‘역대급 난코스’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TV로 지켜보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난코스를 극복해 언더파를 적어내는 프로들을 보며 이 무대를 동경하기를 바란다. 대회에 참가한 후배들도 ‘프로의 가치’를 느끼고,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주는 6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페럼클럽(파72·7232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원) 2라운드에서 버디 1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와 더블보기 1개로 4타를 잃었다. 중간합계 8오버파 152타로 컷통과에 실패했다. 이번대회 예상 컷오프 기준은 6오버파(오후 2시 현재)다.

그는 “코스도 어려웠고, 두 번째 샷이 잘 안됐다.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긴 코스는 티샷도 중요하지만 아이언 샷 정교함에서 승부가 갈린다.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치 US오픈 코스 같다”고 감상평을 남긴 최경주는 “프로들이 경쟁하는 무대는 난도가 있어야 한다. 쉬운 코스에서 무더기 버디를 쏟아내는 것에 만족하면, 큰 무대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8승을 따낸 최경주는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주로 활약하지만, PGA투어도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그는 “후배들과 플레이하면 배울점이 있다. 젋고, 키도 크고, 멀리치는 후배들의 샷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고 했다. 2011년부터 자신이 호스트로 나서 후배들을 초청하는 대회를 열고 있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코리안투어에서는 가장 오래된 초청대회다.

컷 통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난코스로 세팅하는 이유도 “후배들을 보며 느낀 게 많아서”라고 했다. 코리안투어에 만족하지 않고 아시안투어나 유러피언투어(현 DP월드투어), 일본투어(JGTO) 등 큰 무대로 도전할 기반을 제공하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최경주는 “후배들은 PGA투어 선수와 비교해도 비거리나 퍼팅 능력은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언 정확도는 차이가 크다. 아이언 샷은 (롱이든 미들이든) 핀 근처에 붙여야 한다. 그린이 딱딱하든, 경사가 심하든 코스에 맞게 아이언 샷을 제어할 수 있는 게 기술이다. 이 기술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세계적인 선수와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버디와 이글이 많이 나오는 코스가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고 자신한 KPGA 구자철 회장의 생각과 배치되는 대목. 실제로 코리안투어 선수들은 해외투어와 공동주관한 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평이한 코스에 익숙하다보니 정교함을 가다듬는대신 멀리 치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게 사실이다. 아시안투어에서 경험을 쌓은 박상현(40·동아오츠카)이 “후배들은 너무 멋있게만 치려고 한다”고 일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회장 의견에 옳다그르다 말하기 애매한 위치인 최경주로서는 코스 세팅을 PGA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선수들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코스 극복을 넘어 정복하는 재미가 있다. 5언더파는 쉽게 할 수 있을 것같은데, 막상 해보면 안된다”며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최경주는 “이 대회는 준비를 잘해야 한다. 그린에 쉽게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핀 위치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이언을 정확하게 쳐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이 코스는 1홀부터 18홀까지 치는 타입이 다 다르다. 후배들이 플레이하면서 머릿속에 각인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메시지를 주는 대회로 선수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큰 무대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말이 아닌 체득할 기회를 제공하는 선배는 많지 않다. 컷 탈락 아픔에도 “프로 수준에 걸맞은 코스 세팅”을 강조한 최경주의 진심이 새삼 돋보이는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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