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런던=장지훈통신원·김용일기자] ‘여러분의 응원은 우리가 한계를 넘어서는 데 도움이 됐다.’

손흥민(토트넘)은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팀이 대역전극을 펼친 뒤 개인 소셜 미디어에 이런 글과 더불어 동료 공격수 히샬리송(브라질)을 향해 팬의 박수를 유도하는 사진을 곁들였다. 이를 본 토트넘 수비수 페드로 포로는 댓글난에 ‘캡틴(Captain)’이라는 글을 새겼다. 포로의 이 한마디는 가장 많은 공감수를 받아 댓글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골은 없었지만 ‘주장의 품격’을 느끼게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독일 무대로 떠났지만 토트넘이 ‘원팀’으로 개막 이후 무패(4승1무) 가도를 달리는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케인이 떠난 뒤 ‘넘버원 스타’로 거듭났지만 팀을 먼저 생각하는 ‘새 주장’ 손흥민의 진심 때문이다.

9월 A매치 2연전(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에 모두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셰필드와 홈경기에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격했다. A매치 피로 여파는 느껴졌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지난 번리전(토트넘 5-2 승)과 비교해서 몸이 무거워 보였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뛰었는데, 파이브백을 기반으로 사실상 전원 수비에 나선 셰필드 방어망을 뚫는 데 애를 먹었다. 전반 한 차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전매특허인 오른발 감아 차기 슛을 때렸으나 셰필드 골키퍼 웨스 포더링엄 선방에 걸렸다.

토트넘은 손흥민 뿐 아니라 마노르 솔로몬, 제임스 매디슨, 데얀 클루셉스키 등 손흥민과 공격진에 배치된 선수의 연이은 슛이 셰필드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오히려 ‘한 방’을 노리던 셰필드에 후반 29분 실점, 패색이 짙었다. 스로인 상황에서 원바운드 된 공을 보고 달려든 구스타보 하머를 막지 못해 왼발 선제골을 내줬다.

그럼에도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침착하게 공격 지향적 색채에 힘을 주며 반격했다. 5분 뒤 지친 손흥민과 솔로모든, 파페 사르를 빼고 히샬리송, 브레넌 존슨, 이반 페리시치를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공격 재능이 있는 선수를 줄지어 투입했다. 결국 문전에서 여러 번 두드린 토트넘은 후반 추가 시간에만 두 골을 집어넣으며 기적같은 역전극을 펼쳤다. 후반 추가 시간 8분 히샬리송이 코너킥 때 헤더 동점골을 넣은 데 이어 2분 뒤 클루셉스키가 히샬리송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터뜨렸다.

벤치에 있던 손흥민은 펄쩍 뛰며 그라운드에 달려와 세리머니를 함께 했다. 특히 시즌 초반 케인 대체자로 최전방을 지킨 히샬리송은 극심한 부진으로 고개숙였다. 최근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원하는 수준의 경기를 보이지 못하자 눈물을 흘렸고, 런던으로 복귀해 심리 치료까지 받을 것을 예고했다. 그런 가운데 ‘역전 히어로’가 된 것이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히샬리송을 끌어안고 격려하며 팬 앞에 세워 눈길을 끌었다. 어찌보면 공격진에서 경쟁자이지만 올 시즌 주장으로 팀을 우선으로 여기는 진심이 느껴졌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스포츠서울을 비롯해 국내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히샬리송 득점 때) 내가 골 넣었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며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얘기해서 마음이 더 쓰였다. 이 친구가 참 능력이 많은데 어떠한 불운 등으로 스스로 자책했다. 오늘 경기로 더 단단한 모습, 성장한 모습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평소에도 벤치에 주로 앉는 선수를 챙기거나, 구단 유스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는 등 리더 자질을 보여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에게 올 시즌 주장 완장을 준 이유다. 시즌 초반 그는 히샬리송이 원톱으로 뛸 때 측면에서 조력자 구실을 하는 등 그라운드에서도 희생적인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다.

토트넘은 1966~1967시즌 이후 57년 만에 리그 개막 이후 5경기 무패를 달렸다. 케인이 빠진 뒤 어려움을 겪으리라고 여긴 토트넘의 초반 페이스를 ‘손흥민 리더십’으로 다잡는 분위기다. 위닝 멘털리티의 숨은 힘이다. 영국 주요 언론도 토트넘이 케인이 떠나고 새 감독 체제에서 안정을 되찾는 데 손흥민의 주장 선임을 꼽고 있다.

한편, 전날 황희찬(울버햄턴)은 안방에서 치른 리버풀과 EPL 5라운드에서 전반 7분 페드루 네투의 왼쪽 크로스 때 오른발을 갖다 대 선제골을 넣었다. 리그 3호골. 그러나 팀은 후반 내리 3골을 허용하며 1-3으로 역전패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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