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감독한테 믿음을 줘야 한다. 늘 수 있는 기회인 이 시기를 잘 활용하고 싶다.”
대한항공 아웃사이드 히터는 지난 2023 KOVO컵에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정지석과 정한용 등이 국가대표로 차출됐고, 그 자리에 들어선 이준은 첫 경기부터 훨훨 날았다. 18점에 공격성공률 57%를 기록하더니, 매 경기 팀 내 최다 득점을 책임졌다. 187cm의 큰 신장은 아니지만 탄력을 활용한 높은 점프와 빠른 스윙으로 상대 코트를 연일 강타했다.
기회였다. 이준은 2021~2022시즌 1라운드 7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했지만 출전 시간이 적었다. 팀에는 국가대표 정지석과 곽승석, 그리고 동기 정한용이 자리했기에 기회를 쉽사리 얻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았고, 보여줬다. 일본 전지훈련 출국 전 본지와 만난 이준은 마음을 더 굳게 먹고 있었다.
이준은 “내가 그동안 준비했던 게 컵대회에서 보여져서 뿌듯했다. 헛된 수고가 아니었다. 기량도 예전보다 향상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리시브할 때 그냥 보고 범실하는 게 줄었다. 몸이 반응해서 손에 맞고 나가는 게 차이가 컸다. 또 상대 코트를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동기부여가 컸다. 이준은 “팀에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많다. 기회 받기가 어려운 곳인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 기회를 얻었기에, 무조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감독께서 ‘네가 에이스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거기서 오는 책임감이 컸다. 공격을 많이 하다보니, 홍익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라고 웃으며 “첫경기서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에 기량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형들이 옆에서 도와주셔서 조금 풀렸다. 대회 이후에는 감독께서 ‘수고했다, 에이스인 걸 보여줬다’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자신감이 한껏 올랐다. 이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준은 “보여줄 게 더 남아있다. 컵대회에서는 70~80% 정도 보여줬다. 리시브 훈련을 많이 했는데, 경기 때는 공격에 신경쓰다 보니 조금 아쉬웠다”면서 “형들이 빠지고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갔을 때 ‘백업이 강하다’, ‘차이가 없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다짐했다.
‘베테랑’ 곽승석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이준은 “승석이 형이 정말 많이 케어해주신다. 리시브 자세나 위치뿐 아니라 생활적인 면에서도 그렇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일본으로 떠났다. 정지석과 정한용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으로 자리를 비웠다. 이준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온 것이다. 그는 “마음가짐이 많이 다르다. 팀에 확실하게 자리 잡는 건 무리지만, 형들과 많이 비교되는 모습이 없어졌으면 한다. 일단 지금 시선이 나한테 쏠려 있다. 가장 많이 늘 수 있는 기회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정규리그를 바라본다. 컵대회 ‘반짝’ 스타가 아닌, 리그에서도 기회를 얻고자 한다. 이준은 “컵대회서 반짝하는 것보다는, 꾸준하게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시즌 때 코트를 밟게 되면 임팩트를 남기고 싶다. 감독한테 믿음을 줘야 나를 기용한다. 그래서 일본 전지훈련이 나에겐 또다른 기회다. 전지훈련 동안 좋은 모습 보이면, 믿음이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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