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V리그에서도 이제 미카사 제품의 공인구를 보게 된다.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배려다.

KOVO는 지난 27일 제19기 제6차 이사회를 열고 공인구 공급업체를 스타에서 미카사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2022~2023시즌까지 V리그는 스타에서 제작한 그랜드 챔피언을 사용했지만 8월 컵대회부터는 미카사에서 만든 V200W를 공인구로 사용한다.

KOVO가 굳이 공인구를 바꾼 이유는 연이은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한국 남자배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나가지도 못하고, 여자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회 전패를 당하고 있다. 국제 성적이 리그의 인기와 직결되는 한국 스포츠 특성으로 인해 KOVO도 국제 대회 성적에 크게 신경 쓰고 있다. KOVO가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할 경우 남녀부 각각 1억원의 포상금을 내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공인구가 경기력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자는 마음으로 공인구까지 바꾸게 됐다.

V리그 선수들은 리그에서도 국제배구연맹(FIVB) 주관 대회에서 사용하는 V200W를 사용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다. 한선수(대한항공)는 “대표팀에 가면 미카사 공에 적응하는 데만 3주 정도 걸린다. 때론 경기하면서도 완벽한 감각이 아니라고 느낀다. 총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라며 “V리그에서도 미카사 공을 써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선수뿐 아니라 여러 선수, 지도자도 같은 주장을 했다.

그랜드 챔피언과 미카사는 무게가 260~280g으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그랜드 챔피언은 10개의 패널(원단 조각)으로 구성되는 반면 V200W는 18개의 패널로 제작된다. 두 공 모두 딤플(표면의 작은 홈)이 있지만 면적과 깊이도 달라 촉감에 차이가 발생한다. 가격 차이도 있다. V200W가 그랜드 챔피언에 비해 40% 정도 더 비싸다.

선수들은 공인구에 예민하다. 특히 리시브를 하는 선수들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복수 경기인에 따르면 V200W가 원단이 더 많아 흔들림도 심해 서버에게 유리하고 리시버에게 불리하다. V리그에서 그랜드 챔피언으로 공을 받다 국제 대회에 나가 V200W를 마주하면 적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격수에게 공을 배달하는 세터도 마찬가지다.

한선수의 말대로 몇 주간 훈련한다 해도 일상에서 공인구를 다루는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적응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튀르키예나 중국, 일본, 이탈리아, 브라질 등 대부분의 리그에서 V200W를 공인구로 쓴다. V리그의 한 지도자는 “공인구 변경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리시버들이 애를 먹을 수 있다. 그래도 국제 대회에서의 적응을 생각하면 연맹이 좋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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