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성남FC 감독1
이기형 성남FC 신임 감독이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13일 성남FC 클럽하우스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성남FC

[스포츠서울 | 성남=김용일기자] “가장 힘든 건 성남FC 팬 아니냐. 상처를 치유할 축구를 하고 싶다.”

올해 K리그2(2부)로 강등한 성남FC 새 수장으로 현장에 컴백한 이기형 신임 감독은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 감독은 눈이 펄펄 내린 13일 성남FC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뒤 실내에서 첫 훈련을 시행, ‘이기형호’의 출발을 알렸다.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구단주(신상진 성남 시장)께서도 걱정이 많으시더라. 시민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준 과거 기억을 지우고 치유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격려해주셨다. 나 역시 어려운 상황이나, 용감한 축구로 팬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기형
2003년 성남일화 선수 시절 이기형 감독. 스포츠서울DB

프로축구 2003 삼성하우젠 K리그 광주상무-성남일화

현역 시절 ‘캐논슈터’라는 별명과 더불어 각급 대표팀 붙박이 오른쪽 수비수로 활약한 이 감독은 지난 2003~2004년 성남FC 전신인 성남 일화가 ‘레알 성남(아시아의 레알 마드리드)’으로 불릴 때 주력 요원으로 뛰었다. 이 감독은 “그때 성남은 지금처럼 최신식 클럽하우스는 없었지만 선수층이 엄청났다. 누구와 겨뤄도 질 것 같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지만 전통이 있는 팀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은 장기간 정치 이슈에 휘말리며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2부로 강등하며 일각에서는 난파선에 비유한다. 내년 시즌 선수단 인건비도 절반이나 삭감된 상태다. 일부 고액 연봉자와 이별이 불가피하다. 이 감독은 “모두가 절박하고 간절한 상황이다. 그에 맞는 배고픈 선수와 함께해야 한다. 기회를 못 잡고,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잠재력 있는 선수를 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형 성남FC 감독
이기형 성남FC 신임 감독이 13일 성남FC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뒤 첫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 | 성남FC

지난 2016년 말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대행에서 정식 사령탑으로 거듭나며 첫 1군 공식 감독직을 수행한 그는 열악한 사정에도 ‘이기는 형’ 애칭을 안으며 팀을 강등 위기에서 건져냈다. 2018년 여름 인천 지휘봉을 놓은 이후엔 뜻밖에 조덕제 감독이 이끈 부산 아이파크의 코치로 부임했다. 그는 “처음엔 왜 (감독하다가) 코치하느냐는 시선이 있었는데 배울 게 많았다. 그전까지 난 조직적이고 수비적인 축구 위주로 배웠다. 조덕제 감독께서는 수원FC (사령탑)서부터 공격적인 축구를 했다. 감독으로 모시면서 실제 상대가 누구든 모든 전술을 공격에 중점을 두고 고민하고 실전에서 이행하시더라. 생각의 전환을 이끈 지도자여서 감사하다”고 돌아봤다.

자연스럽게 이 감독은 성남을 품고 공격 지향적 색채로 변화를 그린다. 그는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 현대 축구는 도전적이고 과감해졌다. 이전에 내 축구가 안정을 추구하며 카운트 어택 위주로 했다면, 성남에서는 모험적인 시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철학의 변화를 이끈 또다른 동력은 올해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기술위원으로 활동하면서다. 이 감독은 “(부산을 떠난 뒤) 박태하 연맹 기술위원장께서 제안해주셔서 TSG 일원으로 일했는데, K1·K2 모든 구단 경기를 찾아다니면서 큰 공부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할 땐 당장 우리 팀, 다음 상대 팀 분석하기에 바빴는데, 디테일하게 장기간 여러 팀을 보면서 팀 성향이나 선수 파악이 되더라. 이런 게 현재 우리 팀 사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기형 축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이고 싶다”고 말한 그는 “성남이 다시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축구단이 되도록 애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