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신임 사령탑 선임
초보감독 역대 최고대우로 두산에 취임한 이승엽 신임감독.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속전속결이다. ‘오직 삼성’이라던 시선을 거둔 것을 확인한 순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두산이 ‘국민타자’를 품었다.

두산은 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승엽 총재 특보를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등 총액 18억원이라는 파격대우로 국민타자 명성에 걸맞는 대우로 품었다.

야구-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6 8강전 한국-미국
국가대표 시절 이승엽 두산 신임감독.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두산 최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급박하게 진행됐다. 우리도 정신이 없었다”며 “이승엽이라는 슈퍼스타를 감독으로 모실줄 몰랐다. 삼성에서 지도자로 데뷔하겠다는 꿈을 내려놓을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8년간 팀을 이끈 김태형 감독과 결별을 선언한지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신임감독을 발표했다. 그만큼 급박했다는 의미다.

두산 전풍 대표이사와 김태룡 단장은 지난 12일 저녁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이 감독과 처음 만났다. 저녁식사를 겸한 첫 협상테이블에서 공감대를 형성했고, 13일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 직후 세부 조건을 조율한 뒤 계약에 합의했다. 두산 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구단주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감독에 이승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시즌 종료 무렵이었는데, 당시는 후보 중 하나였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단일 후보로 올라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두산베어스 지명 선수들[포토]
2023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라이온즈에 지명된 선수들이 김태룡 단장 등 스카우팅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그룹이 ‘이승엽이 삼성을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한 뒤 교감을 나눴고, 구단이 행정절차를 밟은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산 최고위 관계자는 “생각지 않은 후보였지만 오랜기간 교류했던 터라 감독으로도 잘할 것으로 생각했다. 팀이 나아갈 방향성과 이 신임감독의 야구관이 일맥상통해 속전속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현역 시절 최고로 군림했다. 이 신임감독이 ‘국민타자’가 될 수 있는 배경은 그의 철학이기도 한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실천한 덕이다. 두산 측은 “평소에도 야구 관련 대화를 나누다보면 ‘프로 선수는 많은 훈련으로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철학이 뚜렷하더라. 삼성에서뿐만 아니라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훈련을 많이하기로 유명했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됐으니 슈퍼스타가 된 게 아니겠는가. 두산에 꼭 필요한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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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오재원의 은퇴식 행사에서 오재원을 중심으로 포즈를 취한 두산 선수들. 오재원(가운데) 좌측에 허경민이, 우측에 김재호가 섰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두산은 재창단 수준의 재건을 해야 한다.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등 왕조의 주역들이 남아있지만, 이들을 이을 재목이 마땅찮다. 두산 관계자도 “2010년대부터 한국시리즈 진출을 많이 하다보니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지난 7년간 마무리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원천이 무너진 상태여서 기초부터 다져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팀과 초보감독이 함께 성장하는 그림도 새로운 팀 베어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훈련으로 기량을 끌어 올려 다시 정상에 도전하려는 팀 방향성이 이 신임감독의 철학과 닿아있으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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