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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LA 에인절스전에서 시즌 50홈 런을 때리고 있는 뉴욕 양키스 슬러거 애런 저지.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도도히 흐르는 역사에도 오점은 있게 마련이다. 강대국, 선진국에도 숨기고 싶은 오점의 역사는 모두 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페어플레이가 근간인 스포츠라고 예외는 아니다. 1982년 개막전과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간 프로야구 KBO리그도 초창기 씻을 수 없는 오점을 안고 있다. 져주기 경기, 타격왕, 타점왕 타이틀 밀어주기 등 요즘에는 감히 벌어질 수 없는 과거도 KBO의 역사다.

세계 최고봉 메이저리그도 오점의 멍에는 지금도 짓누르고 있다. MLB는 최다안타 기록보유자와 홈런킹, 사이영상 7회를 유일하게 수상한 레전드들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하고 있다.

최다 안타(4256개)의 피트 로즈(81)는 도박혐의로 야구계에서 영구추방됐다. 그가 현역 시절 저지른 행태를 고려하면 생존에 복원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필라델피아의 월드시리즈 챔피언 42주년 행사 때도 미성년자 성추행 행위를 물어본 기자에게 “당신이 태어나기 전 일이다”고 일축해 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애런 저지의 기록적인 홈런으로 약물복용 슬러거들이 또 한번 소환될 전망이다.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 한 시즌 홈런 60개 이상을 때린 타자들이다. 벌써 저지가 뉴욕 양키스 선배 로저 매리스의 한 시즌 최다 홈런 61개를 뛰어 넘으면 ‘순수한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MLB의 한 시즌 최다 홈런 최초 작성 타자는 뉴욕 양키스 베이브 루스다. 1927년 60개가 최고 기록이었다. 이 기록은 후배인 매리스가 1961년 34년 만에 61개로 돌파했다. 당시 포드 C 프릭 커미셔너는 “매리스의 홈런은 별표(아스테리스크)를 달아야 한다”는 커미셔너답지 않은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루스 때는 MLB 정규시즌이 154경기 체제였고 매리스는 162경기였다. 별표를 달아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프릭은 커미셔너가 되기 전 루스의 전기를 쓴 유령작가로 그의 열혈팬이기도 했다.

매리스의 최다 홈런은 1998년 9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맥과이어와 시카고 컵스의 기록 레이스로 새롭게 작성됐다. 당시 미 대륙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소사는 66개, 맥과이어는 70개로 신기록을 수립했다. 37년 만이었다. 당시 매리스 가족들은 부시스타디움에서 아버지의 기록을 경신하는 맥과이어의 홈런 경쟁을 축하했다. 하지만 훗날 약물에 의한 홈런이 밝혀지면서 배신감이 컸다.

맥과이어의 70개는 3년 만에 배리 본즈가 다시 썼다. 2001년 73개로 MLB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LA 다저스 박찬호는 본즈에게 71호, 72호를 허용했다.

MLB 사상 한 시즌 60개 이상 홈런 작성자는 5명이고 8차례 기록됐다. 루스, 매리스, 소사(3회), 맥과이어(2회), 본즈(1회) 등이다. 이 가운데 루스, 매리스를 제외한 3명이 약물혐의자들이다. 저지는 포스트 약물시대의 타자다. 약물과 상관없는 순수한(Pure) 슬러거다.

언론들이 저지의 매리스 기록 경신에 포커스를 맞추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51개의 홈런을 작성한 저지의 현 페이스는 63개까지 가능하다는 예상수치다. 매리스의 아들은 최근 인터뷰에서 “저지가 아버지의 기록을 깼으면 한다”는 희망을 전달했다.

저지가 매리스의 61개를 경신하면 한 가지 분명한 기록은 있다. 아메리칸리그 최고이라는 점이다. 본즈, 맥과이어, 소사는 모두 내셔널리그 소속이었다.

문상열 부시리그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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