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KIA 양현종.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투수 왕국’의 위용이 사라졌다.

올시즌 KIA는 마운드의 힘으로 상위권에 안착했다. 역대 최강 외인 듀오로 꼽히는 애런 브룩스와 드류 가뇽이 중심을 잘 잡아줬고, 양현종의 부진에도 임기영과 이민우가 날개 역할을 해주는 듯했다. 그런데 여름 들어 하락세가 뚜렷하다. 7월부터 10일 현재까지 KIA의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5.24로 8위다. 9, 10위가 2약 팀인 한화와 SK인 것을 고려하면 순위권을 다투는 팀 중에선 선발 전력이 가장 약한 셈이다. 8월 치른 7경기 성적은 2승 5패,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6.64까지 치솟았다. SK와 한화를 제외하고,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은 KIA가 유일하다.

하락세 원인은 ‘토종 선발 전원 부진’이다. 평균자책점이 4점대 이하인 토종 투수가 없다. 임기영이 4.71로 그나마 준수한 편이고 이민우는 5.57,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5.92까지 치솟았다. 5명의 선발 투수 중 가장 저조한 기록. KIA로서도 믿었던 양현종의 부진이 가장 뼈아프다. 지난해에도 초반 부진에 시달린 양현종은 약 한 달간의 슬럼프 끝에 금방 제 모습을 찾았다. 올시즌 부진에도 KIA가 믿고 기다렸던 이유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페이스 회복이 더디다. 지난달 22일 한화 전에서 약 50일 만에 5승 수확에 성공해 반등하는 듯했지만, 30일 KT 전에서 6이닝 3실점(3자책)으로 다시 패전을 안았고, 가장 최근 경기인 5일 LG전에서도 5.2이닝 4실점(4자책)으로 흔들렸다.

[포토]6회초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KIA 선발 임기영
KIA 선발투수 임기영이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광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롯데 천적’ 임기영은 1일 롯데전 패배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이날 5이닝 4실점으로 패한 뒤 9일 NC전에서는 2.1이닝 6실점(6자책)으로 조기 강판됐다. 올시즌 등판했던 경기 중 최저 이닝 기록이다. 다크호스였던 이민우마저 연패 기간이 길다. 가장 마지막 승리는 지난달 2일 한화전. 이후 등판한 4경기에서 한 번의 승리도 챙기지 못하고 3패만 떠안으며 긴 슬럼프에 빠졌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4일 LG전에선 5이닝 6실점(6자책), 홈런도 두 개나 허용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썼다.

외국인 투수들의 호투 외엔 믿을 구석이 없다는 게 문제다. 브룩스와 가뇽의 등판일 때 승리하지 못하면, 좀처럼 승수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 실제로 8월 거둔 2승 모두 가뇽과 브룩스가 등판했을 때다. 더군다나 추격하는 팀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6위 KT는 0.5경기 차로 따라붙었고, 7위 롯데도 8월 무패 행진으로 완전히 분위기를 탔다. KIA는 투수력의 팀이었다. 불펜진마저 흔들리는 상황, 토종 선발 3인의 동반 부진이 지속된다면 꿈꿔왔던 KIA의 가을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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