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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컨트리클럽 박형식 대표이사는 국내 1호 ‘골프코스 관리사 출신 대표이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코스 상태가 골프장 품격을 결정한다’는 지론을 가진 박 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여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그린 옆에 설치된 선풍기, 잔디에 양보하세요.”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신라컨트리클럽 박형식(54) 대표이사는 여느 골프장 대표이사와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 골프장은 수익창출을 위해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직을 맡는다. 하지만 박 대표는 코스관리사 출신이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뒤 한국잔디연구소에서 전문 관리사 과정을 이수한 뒤 1991년 신라CC 골프 코스 관리사로 입사해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박 대표는 “코스 관리사 출신 대표이사는 아마도 국내 최초일 것”이라며 “자부심도 크지만 책임감도 강하다. 경영도 잘해야 다양한 이력을 갖춘 대표이사가 탄생해 각 골프장만의 색깔을 다양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코스 관리사 출신 경영인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대중제 골프장은 일반적으로 연평균 13~14만명이 찾는다. 월매출액이 16억원 가량 되는 만만치 않은 사업장이다. 박 대표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는 여러가지겠지만, 골프장은 역시 잔디가 생명”이라며 웃었다. 잔디를 강조하는 것은 코스관리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만족도를 그린과 페어웨이, 티잉 그라운드 잔디상태를 기준으로 삼는다. 코스를 아우르는 조경이나 사우나, 식사 등 부대시설은 말그대로 ‘있으면 좋은 것’ 정도다. 신라CC는 몇 해전까지 회원제로 운영하다 대중제로 전환한 뒤에도 명품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박 대표의 말처럼 코스 관리 상태가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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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관리사 출신으로 최초의 대표이사가 된 신라컨트리클럽 박형식 대표이사가 스타트 하우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전문 코스관리사 출신이라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는 것일까. 박 대표는 “페어웨이는 조선잔디(중지)로 식재돼 있지만 그린과 티잉 그라운드는 양잔디로 돼 있다. 품종이 달라 관리 방법도 다르다. 잔디도 살아있는 식물이라 특성 등을 잘 파악해 최상의 생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보니 가을, 겨울로 접어들어도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은 녹색을 유지하고 있다. 중지는 가을이 되면 색이 바라지만, 양잔디는 사계절 푸름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박 대표는 “중지는 더위에 강하다. 기온이 높을수록 생육 상태가 좋다. 한국 토종 잔디인 들잔디를 개량한 품종이라 국내 토양과도 잘 맞는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양잔디는 많은 빛을 요하면서도 기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타버린다. 서해안이나 강원도 등 고지대 골프장에 상대적으로 적합한 품종인 셈이다. 박 대표는 “폭염에는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잔디가 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코스 설계과정부터 배수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대부분 골프장은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은 ‘푸른 잔디’라는 청량감을 주기 위해 양잔디를 식재하는데 관리가 이만저만 까다로운게 아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그린 뒤에 오를 때 스프링쿨러가 작동하고 있거나, 그린 주변에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잔디 특성 때문이다. 박 대표는 “고객들이 선풍기 바람을 쐐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으시라는 목적보다는 잔디의 생육 환경을 맞춰주기 위한 장치”라며 웃었다. 골프장 평가에서 특히 민감함 곳이 그린이라,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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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신라CC의 잔디 상태는 박형식 대표이사의 자부심이다. 잘 관리된 티잉그라운드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박대표. 여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박 대표는 “코스 관리사 출신이라 다른 골프장보다 코스 환경이 좋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게 사실이다. 인근 골프장과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정보 공유도 많이 한다. 고객 만족과 직원복지를 두루 살피려면 하루가 너무 길면서도 짧다”며 웃었다. 그는 “7, 8월이 되면 잔디관리의 이른바 보릿고개가 시작된다. 식물은 열과 습도에 취약한데다 병충해도 기승을 부리는 시기라 늘 긴장상태로 근무한다. 그래도 고객들이 ‘코스 참 좋더라’고 한 마디 해주시면 힘이 난다. 내가 잘해야 코스 관리사들의 영역도 더 확장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골프장을 단순한 ‘수익창출모델’이 아닌 자연을 벗삼아 야외활동을 즐기는 진정한 레저시설로 인식하는 시각도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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