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
국내 여자 프로바둑 조혜연 9단이 24일 스토킹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출처|KBS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국내 여자 프로바둑 최정상 조혜연 9단을 1년여간 지속적으로 스토킹한 남성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9단이 이 남성을 고소한지 8일여 만이다. 조 9단은 여러 차례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범죄로 분류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한 상태다.

25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재물손괴·협박·업무방해·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는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 9단은 A씨가 지난해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바둑 학원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건물 벽에 욕설 등 낙서를 하며 등 지속해서 스토킹해왔다며 17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와 위협에 비해 신체적·물리적인 피해가 적어 경범죄로 처리되어 온 것이 사실. 이번 일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보다 강화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조 9단은 지난 24일 KBS뉴스에 출연, 지난해 3월 바둑학원을 연 뒤부터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찾아와 고성을 지르고 위협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조 9단은 “술에 만취한 상태로 곧장 저한테 몸으로 돌진했다. 저랑 대화를 해야 하고, 심지어 저랑은 결혼한 사이라고 명백히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호소했다. 이 남성은 학원 벽에 이상한 욕과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을 적어놓기도 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조 9단이 이번 달에만 경찰에 8차례 신고했지만, 범칙금 5만원을 받은 게 전부다. 문제의 가해 남성은 지치지 않고 조 9단을 괴롭히고 있는 상황.

이에 조 9단은 지난 23일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 여성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직접 올렸다.

관련 글에서 조 9단은 “흉악한 스토커 정 모씨는 1년 전부터 저의 사업장에 나타나 갖은 욕설과 고함을 치고 있다. 공권력은 저와 주변인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이 사람을 잡아 가두지도, 일시적으로 구류하지도 못하고 있다. 저의 교습소에는 초등학생들이 다수인데, 스토커를 보고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 4월 7일,8일,9일 연속으로 나타나서 저와 제 주변인에게 갖은 욕설과 고함, 협박 및 모욕을 하여 제가 형사고발하였고, 어제인 22일 밤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한 시간 정도 고함을 쳤다. 경찰에 세 차례 신고했으나 결국 통고조치 벌금 5만원, 사실상 훈방조치하였고 해당 스토커는 오늘인 23일도 제 사업장에 나타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처벌이 경미하다보니 정씨를 묶어놓을 어떤 방편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9단은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현행 스토커 처벌법이 너무 경미하고 미약한 처벌을 해서가 아닌가 여겨진다. 스토킹 피해자는 정신적 외상, 불안한 심리상태, 주변인에 미치는 피해 및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린다”면서 “국회 차원에서 스토커 처벌법을, 피해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강력범죄로 다뤄주셨으면 한다. 최소한 구속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희는 지옥 같은 나날을 살게된다”고 주장했다.

gag11@sportsseoul.com

기사추천